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조치는 지난 2월 10일부터 시작된 현장조사로부터 약 9개월 만의 결과물이다.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는 2월 초순 SM그룹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초기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추가 조사를 거쳐 위법 행위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사 대상에는 SM상선, 삼라, 삼라마이다스, SM경남기업, 대한해운, SMAMC투자대부 등 7개 계열사가 포함되었다.
432억 원에 사들인 부지, 228억 원에 '헐값 매각'
이번 제재의 핵심은 에스엠에이엠씨투자대부의 부당한 사업 기회 제공 행위다. 공정위가 적발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에스엠에이엠씨투자대부는 2021년 충남 천안시 성정동의 한 아파트 부지를 432억 원에 매입했다. 이는 당시 부지 개발 사업을 직접 추진할 계획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이 부지를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이 소유한 태초이앤씨(현 에이치엔이앤씨)에 228억 원에 매각했다. 매입 가격 대비 204억 원이나 저렴한 '헐값' 거래였다. 공정위는 에스엠에이엠씨투자대부가 자신이 직접 수행했다면 상당한 이익을 창출했을 아파트 개발 사업 기회를 오너 일가의 계열사에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매각 계약 과정에서도 의혹의 여지가 있다. 에이치엔이앤씨는 당초 에스엠에이엠씨투자대부로부터 389억 원에 부지를 매수받기로 계약했으나 이후 계약이 취소되었다. 그 후 공개 매각 절차를 통해 228억 원이라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최종 매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상적인 시장 거래가 아닌 의도된 저가 매각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낳는다.
성정동 아파트로 벌어들인 859억 원 분양 수익
태초이앤씨가 성정동 부지를 헐값에 인수받은 이후의 수익 창출은 극적이었다. 해당 부지에 건설된 아파트 분양으로 태초이앤씨는 지난해 말 기준 859억 3,400만 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 순수익도 332억 800만 원에 달했다. 분양이 완료된 현시점을 고려하면 총 분양 수익은 당초 분양 예정액인 1,150억 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당 내부거래 의혹, 폭넓은 조사 대상
이번 조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성정동 부지 거래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오너 일가의 다른 부동산 거래도 함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오현 회장의 막내 아들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관여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부지 거래도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또한 에이치엔이앤씨가 2022년 말 기준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상태(마이너스 8,900만 원)였다는 사실도 부당 지원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회사 자체의 자본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대규모 부지 매입과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계열사의 자금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 입장 강경 … 민생 밀접 분야 집중 점검
공정위가 이토록 신속하게 제재에 나선 배경에는 올해 초 밝혀진 업무 계획이 있다. 공정위는 올 초 발표한 업무 계획에서 부동산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을 나타낸 바 있다. SM그룹의 성정동 아파트 사업은 일반 국민의 주거 시장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으로, 공정위의 우선 점검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심사보고서 발송은 곧 다음 단계인 제재 수위 논의로 진행될 예정이다. SM그룹 측은 심사보고서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공정위는 전원회의 등을 열어 과태료 규모와 시정명령 등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SM그룹이 오너 일가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1988년 광주에서 설립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62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해운과 건설을 양대 축으로 하면서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다.
다만 계열사 간의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특히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우지영 대표가 소유한 에이치엔이앤씨는 2023년 8월 말 현대BS&C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대했고, 최근 한스인테크 등 타사 인수를 추진하며 독립적인 기업체 형태로의 계열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찰 수사, 형사적 책임 여부까지 불거져
공정거래 분야의 행정처분 외에도 형사적 책임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3월 우오현 회장과 우지영 본부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경찰은 2024년 5월 강서경찰서가 고발인들을 조사한 기록이 있으며, 본격적인 수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 의견서 발송은 경찰 수사에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공식 인정되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고발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개와 기업 지배구조 논의
공정위의 최종 제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여러 달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M그룹 측이 의견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심사보고서 발송이라는 단계 자체가 법 위반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SM그룹이 상당한 수준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대기업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관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와 향후 처분 내용, 경찰 수사 진전 여부 등이 향후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제와 오너 일가 중심의 사업 추진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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