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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경쟁 본격화

예대율 완화 21조 대출여력…핀테크 플랫폼, 비교서비스 경쟁

2026-03-19 08:49:17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지난 18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기업들과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동시에 출시하면서 은행권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성장이 막힌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로 판로를 이동한 가운데, 금융당국도 지난해 10월 비수도권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를 100%에서 95%로 낮추자 21조원의 신규 대출여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시스템을 전날인 18일부터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이 여러 은행의 금리를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되자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 막히자 개인사업자로 급회전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성장이 정체되자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해 10월 규제완화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 개인사업자 대출에 부과하던 규제 비중(예대율 가중치)을 100%에서 95%로 낮췄다.
이에 은행들이 그만큼 더 많은 자금을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줄 여유가 생기면서, 최대 약 21조원의 신규 대출여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시스템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8일부터 개인사업자들이 18개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더 유리한 곳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규제 완화와 비교서비스 시행이 겹치면서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은행 현장에서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도 차주가 없으면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며 "지역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개인사업자들이 새로운 자금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반드시 자금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감안해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1분 대출 vs 컨설팅”...고객 빼앗기 경쟁 격화

금융권의 전투가 본격화하면서, 핀테크 플랫폼들은 대출비교 중심의 속도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해 개인사업자들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스마트폰으로 18개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 가능하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주민등록번호만으로 분산된 대출 현황을 조회해 갈아타기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강화에 나섰고,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상품인 '하나더소호 신용대출'을 출시해 1억원 한도 내 증액 신청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리 경쟁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은 '종합 경영 파트너' 포지셔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최대 9억원 한도의 '전문직사업자 환승론'과 함께 세무·노무 컨설팅, 상권 분석 솔루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단순 금리 비교 차원을 벗어나 사장님들의 경영을 함께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 대출 이동 예상, 18개 금융기관 한 곳에서 비교·신청

지난해 말까지 약 42만명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해 총 22조8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169만원의 이자를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로 약 1조원 이상의 대출 이동을 전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아타기 한도는 영업점 이용 시 최대 3억원, 비대면 채널 이용 시 최대 2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18개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으며, 신규 대출 취급 후 언제든 갈아탈 수 있고 증액 대환도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운전자금대출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지만 향후 시설자금대출, 보증·담보대출 등 서비스 범위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은행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 대환 규모가 예상치를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 0.76%, 취약층 11.55%...신용 확대 역풍

한편,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0%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6%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취약 자영업자들의 부실 현황이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2013년 이후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 차주는 2023년 말 47만9천명에서 2024년 3분기 말 49만4천명으로, 저신용 차주는 19만9천명에서 23만2천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에서 2025년 말 0.50%로 상승하며 4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금융권은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연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도 경제 충격 앞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과 리스크 분담 체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규제 완화가 부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용금융'의 미명 아래 건전성 관리가 과제

18일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는 외형상 소상공인 지원으로 해석되지만, 실질적 배경은 가계부채 규제에 갇힌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 모색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여력이 풀리면서 은행들은 이전에는 대출해 주지 않던 저신용·저소득 개인사업자까지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용평가 기술 고도화와 빅데이터 분석으로 대출심사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의 차주들을 우량 고객으로 발굴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의 성공 여부가 '더 많은 대출'이 아닌 '더 정교한 심사'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 0.76%,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1.55%라는 높은 부실 수준에서 과도한 신용 확대는 금융 불안정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와 포용금융의 경계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가 올 상반기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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