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가 10월 24일 기준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식평가액이 10억 원을 넘는 비오너 임원은 총 31명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5월에 파악된 9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급증은 두 종목의 주가 상승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보통주는 1주당 50만 원을 처음 넘겼고, 삼성전자도 10만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17명, SK하이닉스 14명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에서 17명, SK하이닉스에서 14명의 임원이 10억 클럽에 입성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급증이 눈에 띄는데, 5월 초 곽노정 사장 1명만이 10억 원 이상의 주식가치를 보였던 것이 14명으로 불어났다. 삼성전자도 5월 8명에서 이달 17명으로 9명이 새롭게 10억 원대 주식재산을 확보하게 됐다.
두 회사를 통틀어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은 인물은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5만 679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10월 24일 종가 9만 8800원으로 계산한 주식가치는 50억 708만 원에 달한다. 노태문 사장은 조만간 단행될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핵심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 뒤를 같은 회사의 박학규 사장과 유병길 부사장이 잇고 있다. 박 사장은 4만 3820주를 보유해 43억 2941만 원의 주식가치를 기록했으며, 유 부사장은 3만 634주로 30억 2663만 원의 평가액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임원들이 톱3를 독차지한 셈이다.
SK하이닉스 스타는 곽노정 사장
SK하이닉스에서는 곽노정 사장이 최고의 주식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곽 사장은 5770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10월 24일 종가 51만 원으로 계산하면 29억 4270만 원의 평가액에 이른다. 곽노정 사장은 5월 초 SK하이닉스의 유일한 10억 클럽 회원이었던 인물로,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었다.
20억원대 임원 5명, 10억원대는 21명
또한 10억 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한 임원은 삼성전자 11명, SK하이닉스 10명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이 중 15억 원을 넘는 평가액을 보인 임원도 있으니, 10억~20억 원대 구간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부자 임원들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오너 임원의 부의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는 한편, 오너가(家)의 주식재산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삼성전자의 경우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9조 6802억 원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9조 6245억 원에 달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각각 4조 원대의 주식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주식을 보유한 오너가가 없다. 다만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가치가 올해 1월 2일 20조 8046억 원에서 10월 24일 74조 5110억 원으로 50조 원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너가 임원들 일부는 내년 4월 30일까지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매각하게 된다. 홍라희 명예관장(1000만 주), 이부진 사장(600만 주), 이서현 사장(171만 6000주)이 총 1771만 600주를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용으로 처분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1조 7100억 원을 넘는 규모다.
주가 상승이 만든 신흥부자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으로 내부 임원들의 주식가치가 올랐다"면서도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5년 전만 해도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비오너 출신 임원도 나왔었지만, 현재는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보유 주식수 변화로 인해 100억 클럽 가입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2020년 9월 기준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119억 원의 주식평가액으로 100억 클럽에 올랐던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주가의 상승이 단순히 기업 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회사 내부 임원들의 자산 구성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오너 임원들도 충분히 상당한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있으며, 이는 주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드러낸다. 향후 주가 흐름과 임원들의 보유 주식 변동을 주시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