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이란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실제 일부 기업이 이를 통해 잇속을 챙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독 당국은 상장 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고 이로 인해 ‘탈 한국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주회사도 ‘중복상장’ 이란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권장해 왔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이에 부응해 복잡한 출자구조를 정리하고 지주회사 중심의 명확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문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상장이 가로막히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권장한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기회를 제약하는 족쇄가 되는 셈이다.
최근 증손회사 상장을 추진 중인 지주회사 ㈜LS(이하 LS)의 경우가 이 같은 역설적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상장을 통해 지주회사의 재무부담을 줄이려 하는 데 한국거래소는 지주회사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며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요구에 LS그룹측은 “기업 경영에 대한 월권”이라 반발하며 “국내 상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홍콩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체제하의 자회사 상장은 단순 중복상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을 법적으로 명확히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각 자회사는 독립적인 사업 영역과 손익구조를 갖고 있어 별도의 투자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한 LS의 경우 LS전선과 LS일렉트릭 등 각각 전선과 전력기기 라는 뚜렷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지주회사는 LS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사결정인 것이다.
가치평가와 관련해서는 일반 중복상장의 경우 이중계상 우려가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투자자가 명확이 구분해서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일반 중복사장의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또는 차익 실현의가 의심받은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개별 자회사의 사업 확장이나 R&D 투자 등 명확한 목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지주회사 자회사의 상장을 제한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버크셔 해서웨이, 소프트뱅크가 대표적이다. 이들 글로벌기업들은 자회사, 손자회사를 자유롭게 상장시켜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하의 자회사 상장은 법적으로 명확한 구조 속에서 투명하게 이뤄지고 각 회사가 독립적인 사업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 중복상장과는 다르게 평가해야 하고 감독당국의 제도적, 법적 상장기준도 차별화되야 한다.
[글로벌에픽 강혁 CP / orpheu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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