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연이어 등장하고, 이재명 정부가 강력한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벤처투자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이 한국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400억원을 투자하며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1조9천억원에 달했다. 퓨리오사AI, 비나우 등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유니콘 탄생이 잇따르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한 벤처투자사들의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벤처투자사 주가는 코스닥 지수와 높은 상관관계(0.94)를 보여왔다. 하지만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이 강력했던 시기에는 코스닥을 크게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대중 정부의 1차 벤처붐, 노무현 정부의 생태계 복원기, 문재인 정부의 2차 벤처붐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지난 3년간 벤처투자사 주가는 부진했다. 2022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코스피는 7.7%, 코스닥은 21.7% 하락했지만 벤처투자사는 34.7% 급락했다. 정부의 R&D 예산 축소, IPO 시장 침체,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R&D 예산은 2021년 27조4천억원에서 2024년 26조5천억원으로 14.8% 감소했고, IPO 공모금액도 2021년 36조1천억원에서 2023년 4조4천억원으로 87.8% 급감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제3벤처 붐으로 여는 글로벌 벤처 4대 강국'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시장 조성, 유니콘 50개 육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6년 R&D 예산안은 35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9.3% 증가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내 최대 상승폭이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강력한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과 함께 코스피 신고가 랠리로 IPO 시장이 재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코스피 수익률이 59.4%로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K뱅크, 무신사 등 대형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벤처투자사의 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식시장 수익률과 IPO 시장 간 상관관계다. 2016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연초대비 수익률과 IPO 공모건수, 공모금액, 시가총액은 각각 0.6, 0.5, 0.5의 양의 상관계수를 보였다. 현재 주식시장 강세가 지속된다면 IPO 시장도 곧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상장 벤처투자사는 비상장 벤처투자사 대비 몇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유상증자나 CB, BW 발행 등 다양한 자본조달 경로를 활용할 수 있고, 상장사 공시 의무로 투명성이 보장되며, 개인투자자도 주식시장에서 쉽게 투자할 수 있다. 특히 해당 벤처투자사가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 간접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국내 상장 벤처투자사는 20여개에 달한다. 우리기술투자는 두나무, 안다르 등에 투자했고,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리벨리온과 몰로코에, DSC인베스트먼트는 무신사, 마켓컬리, 퓨리오사AI 등에 투자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관심 있는 비상장 기업에 어떤 벤처투자사가 투자했는지, 회수 시점은 언제쯤인지 살펴보며 투자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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