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벡셀 배터리사업부문(대표이사 최세환)은 20일 납축전지를 활용한 장주기 대용량 ESS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리튬이온과 납축전지라는 두 가지 배터리 솔루션을 모두 보유하게 됐으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안전성·경제성 겸비한 납축전지 ESS 주목
최근 ESS 시장에서 납축전지가 재조명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위험성과 높은 원자재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대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납축전지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동용 배터리로 널리 사용되는 2차전지다. ESS에 적용될 경우 화재 발생 시 '열 폭주' 현상이 약하고 진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재활용이 쉽고 수명이 길어 장주기 운영에 적합하다.
반면 리튬이온배터리 기반 ESS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소형화·경량화가 강점이지만, 화재 확산 위험이 크고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리튬이온 ESS 화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명 10년으로 늘린 '배터리 커패시터' 기술
SM벡셀이 이번에 확보한 핵심 기술은 납축전지 전극에 활성탄을 도포해 술폰화납(황산납 결정) 생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술폰화납은 전극 표면에 쌓여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인데, 이를 억제함으로써 전지 수명을 대폭 연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기존 약 7년이던 ESS 배터리 수명이 10년 안팎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전남대학교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김융암 교수팀과 협력해 개발한 바이오매스 활성탄을 사용함으로써 경제성도 확보했다. 고가의 수입 활성탄 대신 표면개질 기술을 적용한 국산 소재를 사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방산용 리튬전지 생산 노하우 ESS로 확장
SM벡셀 배터리사업부문은 이미 안정적인 양산라인을 구축해 방산용 리튬 전지를 생산·납품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 쌓은 높은 수준의 2차전지 기술력과 품질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수 시장인 ESS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제조업 생존의 필수요소로 품질과 기술력, 생산 과정 전반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번 납축전지 ESS 기술 확보는 이러한 경영 철학이 구현된 결과로,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SS 시장 성장과 안전성 이슈
글로벌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간헐적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리튬이온 ESS의 화재 사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면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이후 수십 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보험료가 상승하는 등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나 ESS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납축전지 기술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안전성·친환경성으로 시장 선도"
SM벡셀 배터리사업부문 오정석 기술연구소장은 "4년여에 걸친 업무과제 수행으로 확보한 납축전지 배터리 커패시터 기술과 기존 리튬이온 기술을 양 축으로 ESS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며 "특히 UPS와 ESS의 화재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기술력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밝혔다.
최세환 대표이사도 "납축전지와 리튬이온 기반의 ESS 기술력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새롭고 다양한 ESS 솔루션을 꾸준히 개발하고 선보여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SM벡셀의 이번 기술 확보가 국내 ESS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튬이온과 납축전지라는 서로 다른 특성의 배터리 기술을 모두 보유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성이 중요한 실내 설치형 ESS나 장기간 안정적 운영이 필요한 대규모 ESS 프로젝트에서 납축전지 기술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SM벡셀은 향후 국내 시장 공략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ESS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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