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은 전형적인 '정통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후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 굵직한 요직을 거쳤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 등 보수 정권 시기에 적극 중용되며 '보수정권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활동이 미미했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임명 당시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과거 정책 실패의 책임자를 대통령의 한마디로 선임하는 것은 낙하산 관치금융의 결정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은 "사모펀드 사태와 다수 금융사고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공공재라는 이유로 선임하는 것 자체가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임 회장은 취임 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 '2030 국민성장펀드' 등 선도적 정책 대응, 그룹 실적 개선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1인 권력체제의 고착화다. 후계자 양성 시스템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임종룡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씁쓸하다", "벌써부터 임종룡 이후가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부실대출과 내부통제 실패 등 악재들은 어느새 '조직 수습 능력'이라는 명분으로 재포장됐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칭찬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를 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회장들은 모두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 현장 경험을 쌓은 정통 금융맨들이다. 반면 임 회장은 기재부, 금융위를 거친 '관료' 출신이다. 관료로서 금융권을 감독하고 컨트롤하던 인물이 180도 입장이 바뀌어 금융회장 수장이 됐다.
이렇다 보니 관료시절 쌓아온 인맥과 그로 인한 영향력을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어왔다. 생보사 인수의 1등 공신이 바로 임 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 회장의 연임은 우리금융지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금융권에 여전히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낙하산 인사가 버젓이 통용되며, 견제 없는 1인 권력체제가 용인되는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다.
우리금융지주에 진정 필요한 것은 임 회장의 연임이 아니라, 금융 현장을 아는 전문경영인과 투명한 지배구조, 그리고 건강한 후계 시스템이다.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관료 출신 회장의 연임 욕심은 결국 조직의 미래를 담보로 한 노욕에 불과하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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