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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퇴직연금 개혁, 수익률보다 '적립금 규모 확대'가 먼저다

2025-10-20 06:54:28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컨설팅부 부장.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컨설팅부 부장.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컨설팅부 부장] 최근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안에 대해 금융업계와 정부 간의 의견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본질적 문제는 퇴직연금이 충분한 노후 소득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시장 참여, 신중한 접근 필요성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미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민간 금융시장에 직접 참여할 경우,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퇴직연금자산이 국민연금공단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기존 중소형 퇴직연금사업자들의 고객이탈을 야기하고, 나아가 사업지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은 금융기관들이 연금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인식하고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수익률보다 적립금 규모 확대에 집중해야

퇴직연금 개혁 논의에서 수익률 문제가 자주 언급되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퇴직연금 고객 분석 결과, 적립금 규모가 클수록 위험자산 투자인 실적배당형 상품운용비중이 높아지고, 실제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이하 고객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5.5%에 불과하고 수익률은 1.93%였던 반면, 1억원 이상 고객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30.5%이고 수익률은 5.49%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업자의 수익률 관리 소홀 문제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제도 도입 초기 근로자들의 보수적인 운용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이나 영국 등 해외 사례에서도 기금형과 계약형 간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문제의 핵심은 개인이 축적하는 퇴직금, 즉 적립금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의 82%가 3,000만원 이하이며, 특히 1,000만원 이하의 비중이 52%에 달합니다. 노후 소득원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만원 이상의 적립금이 필요하다고 볼 때, 현재 인원 기준 13% 수준에 불과한 연금 수령 비율이 향후에도 수급자 기준으로 18%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퇴직연금이 노후 재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퇴직연금 재원의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퇴직연금 재원 확대를 위한 제언

퇴직연금 재원 확대를 위한 제언퇴직연금 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근로소득의 퇴직소득 전환 범위 확대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경영성과급에 한정된 근로소득의 퇴직소득 전환 범위를 근로소득의 일정수준(예: 10% 한도)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업연금 도입도 검토 사항입니다. 현재의 퇴직연금은 임금후불 성격의 퇴직급여를 재원으로 하고 있어 제도내용이 동일하고 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기존 퇴직연금과 분리된 새로운 형태의 기업연금을 도입하고 여기에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퇴직플랜의 도입은 노후 소득재원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인재유치나 인력유출방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금형 제도 도입시 민간 참여 유도와 시장 안정성 확보

현재 논의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영리형 기금을 도입하여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인프라 활용 및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기금규모 성장 전 초기 비용 부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퇴직연금기금 전문운용기관 인가시 겸직이나 위탁 등을 통해 기존 사업자의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수수료와 보수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허용하여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수익률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비용수취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기금형 제도 도입시 예상치 못한 급격한 시장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입자 손실 발생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강제 가입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퇴직시기에는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퇴직연금 개혁은 수익률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많은 국민이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재원 확대가 선행되지 않는 개혁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컨설팅부 부장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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