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01311070002876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오는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는다. 2020년 10월 14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 최악의 시기에 현대차그룹 수장이 된 정 회장은 지난 5년간 미증유의 위기를 혁신과 창의의 리더십으로 돌파해왔다. 반도체 품귀 사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세계 3대 완성차 기업 반열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그동안 5위권에 머물렀던 글로벌 판매 순위는 2022년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고, 이후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과 함께 톱3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수치로 보는 성장은 더욱 극적이다. 2019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163조 8924억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282조 6800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더욱 놀랍다. 5조 6152억원에서 26조 9067억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 급증하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바퀴 달린 냉장고에서 글로벌 명품차로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극도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영업이익 13조 86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 8.7%는 폭스바겐의 4.2%를 두 배 이상 앞지르는 수치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창간 100주년 특집에서 정 회장을 할아버지 정주영 창업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자동차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선정했다.
2000년대 초반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받았던 현대차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2년 연속 자동차그룹 1위를 차지하며 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주요 시장에서만 25개 이상의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하며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 개인도 연이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21년 영국 오토카의 '이시고니스 트로피’, 2022년 뉴스위크의 '올해의 비저너리', 2023년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인물', 오토모티브 뉴스의 '올해의 리더' 등으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은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친환경차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고,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9 등의 전기차를 선보이며 업계 최고 권위의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9년 37만여 대에서 지난해 141만여 대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5.1%에서 19.4%로 급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 차량 10대 중 2대는 친환경차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으며,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1300여 대로 1위를 기록하며 2위 토요타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하이브리드차도 글로벌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올 1분기 판매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모든 친환경 파워트레인에서 최상위권에 포함된 업체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인류 이동 패러다임 바꾸려 과감한 투자
정 회장은 전통 자동차 사업을 넘어 인류 이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목적 기반 모빌리티, 도심항공모빌리티,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2021년 세계적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미국에 3만 대 규모의 로봇 전용공장 신설을 예정하고 있다. 차세대 SDV 통합 플랫폼 '플레오스'를 공개하고, 2027년까지 레벨 2+ 자율주행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부문에서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수소 브랜드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인 'HTWO'를 출범시켰다.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비전을 제시해왔다.
수평적이고 창의적 조직문화 정착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을 근본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양복 정장에서 청바지 티셔츠로의 복장 변화가 상징하는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집요하게 도전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그룹이 매년 시행하는 조직 및 업무 만족도 조사에서 그룹 평균점이 취임 전해인 2019년 63.2점에서 2024년 78.6점으로 크게 상승했고, 자발적 이직률은 현대차 0.39%, 기아 0.35% 등 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은 대규모 국내 투자 및 고용 창출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2024년 국내 경제기여액은 국내 다른 대기업을 모두 앞지르고 수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 7200명에 이어 내년 1만여 명의 청년 채용을 검토 중이다.

'퍼펙트 스톰' 앞에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정 회장이 마주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올해 4월부터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현대차그룹은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를 부담하고 있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높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3분기 영업이익은 5조 8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도 현대차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방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하며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다.
정 회장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신년회에서 현재 상황을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극복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 해야”
정 회장은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로부터 '100주년 기념상'을 수상하며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고객 중심의 솔루션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를 위한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선두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취임 5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이 '퍼펙트 스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의 선두주자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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