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적립금 규모는 432조원으로 GDP의 16.9%에 달하는 거대 자산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안전자산 위주의 보수적 운용으로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양대 ERICA 정도영 교수의 '퇴직연금 도입 20년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천억원으로 2018년 이후 연평균 14.7% 성장했다. 국민연금 적립금(1212조9천억원) 대비 35.6% 수준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관행이다. 전체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투자 비중은 17.4%에 불과하며, 원리금보장형이 82.6%를 차지한다. 특히 DB형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투자 비중은 6.8%에 그쳐 수익률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DB 2.7%, DC 3.1%, IRP 3.2%로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50%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도영 교수는 "퇴직연금을 목돈이 아닌 은퇴 후 노후소득원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과 투자정책서(IPS)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계획서 작성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목표수익률을 4.5%로 고정하거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설정하는 등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
정도영 교수는 "DB 퇴직연금의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은 자산중심이 아닌 ALM(자산부채관리)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며 "부채의 결정요소인 임금상승률이나 할인율과 연계한 목표수익률 설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IRP 가입자 중 55세 이상이 80만명(26.6%), 45~54세가 97만명(32.3%)으로, 향후 10년 내 97만명이 추가로 연금수령 연령대에 진입한다. 하지만 2024년 기준 퇴직연금 수급자 중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13.0%에 불과해 일시금 선호 현상이 여전하다.
정도영 교수는 인출시장 활성화를 위해 △종신연금과 계좌인출을 혼합한 인출전략 제공 △AI 기반 종합 은퇴자산관리 시스템 개발 △영국의 'Pension Wise'와 같은 강력한 넛지 정책 도입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퇴직연금 20년을 맞아 양적 성장에서 질적 개선으로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익률 제고와 체계적인 인출전략 마련을 통해 진정한 노후소득 보장제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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