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구 대표가 '5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 방식의 투자정보'를 해당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남편인 윤관 대표에게 전달받아 주식을 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 4월 구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 메지온 주식 3만5990주를 약 6억5천만원에 매수하여 약 1억566만원 상당(미실현손익)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결정 과정의 시점 다툼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정보 전달과 투자 결정의 시점이다. 검찰은 BRV의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투자 조건 합의와 사전 동의권 수락 등 이미 500억원 투자 계약의 세부 사항이 확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윤 대표 측은 BRV의 메지온 투자 결정이 이뤄진 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최 대표의 BRV 투자심의위원회 요청 시점(2023년 4월 14일), BRV 투자심의위원회 개최일(4월 17일) 등을 거론하며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매수할 당시 500억원 유상증자 관련 BRV 측 의사 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증언이 3차 공판에서 나왔다. 최범진 전 BRV코리아 부대표는 "2023년 4월 14일 본투자심의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13일에 윤 대표가 메지온 대표와 저녁식사를 했다"며 "이 자리에 나가기 전에 윤 대표는 메지온에 500억 유상증자가 결정될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투자 결정이 공식적인 투자심의위원회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언이다.
각기 다른 방어 전략
부부는 같은 법정에 서 있지만 서로 다른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윤 대표 측은 증인 신문에서 BRV의 메지온 투자 결정이 이뤄진 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미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반면 구 대표 측은 검찰과 사실 관계를 다투기보단 메지온이라는 회사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메지온은 윤 대표의 정보 제공 없이 구 대표 개인 판단으로도 충분히 주식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유망 회사라는 것이다. 구 대표 측 변호인은 메지온의 FDA 승인 가능성 등 공개된 기본 자료만으로도 투자 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가 급등과 투자 성과
메지온 투자의 성과는 상당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메지온 주가는 하루 만에 16.6% 치솟았다. 주가는 주당 1만8000원에서 같은 해 9월 5만4000원대로 약 300% 올랐다. 증인 신문 절차가 마무리된 후 재판부는 증인에게 "현재 와서 결론적으로 보면 메지온에 투자한 것이 성공한 투자라고 봐야하느냐"고 물었고, 증인은 "현재 가치로 보면 한 3배 정도 뛰었으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구연경·윤관 부부를 둘러싼 의혹들은 이들의 도덕성과 책임 의식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조세 회피는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문제로, 최종 확정이 된다면 이들이 지닌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고려할 때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연경 대표가 LG복지재단 대표로서 공익사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LG그룹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구본무 선대 회장으로 이어진 '정도경영' 철학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앞장서 실천해야 할 사회 지도층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하고 각종 분쟁을 일으킨다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논란들
윤관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미공개 정보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국세청은 윤 대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221억 원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2021년 2월 123억7758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로서 비거주자이기 때문에 국내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 의무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2024년 6월에는 구연경이 주식 매입 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로 지난 5월 10일 12억원 상당의 메지온의 주식 3만주와 더불어 15억원 상당의 고려아연 주식까지 본인이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LG복지단에 기부하며 논란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상속분쟁과의 연관성
이번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LG그룹 상속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연경 대표가 지난 2021년 부친의 유산 상속 합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어머니 김영식씨, 여동생 구연수씨와 함께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미공개 정보 거래 의혹이 복잡한 가족 갈등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인 4차공판 기일을 11월 18일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은 구 대표가 주식 거래하기 전에 BRV의 메지온 투자가 결정됐는지 여부, 투자가 미리 결정됐다면 실제로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중요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임기가 다음 달 31일 끝난다. 재단은 조만간 신규 선임 또는 연임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다만 구 대표는 이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어 연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단순히 구연경·윤관 부부의 형사처벌 여부를 넘어 LG그룹의 명예와 정도경영 철학,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상속분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투자 결정 시점과 정보 전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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