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Investment

금값 4,000달러 시대, 이제 현실이 되는가?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이 만든 '구조적 강세장'... 연말까지 10% 추가 상승 여력

2025-09-09 09:02:47

금값 4,000달러 시대, 이제 현실이 되는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4개월간의 조정을 거쳐 8월 하순부터 재개된 상승세는 불과 한 달 만에 7%를 넘어서며 매일같이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은 달러화 약세와 금리 인하 기대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적 요인들만으로는 현재의 급격한 상승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달러화 약세가 금 가격 상승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배적 요인은 아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의 금 가격 랠리 당시 명목달러지수가 7%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2% 중반 이상 추가 하락했음에도 금 가격은 3,200~3,30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오히려 8월 달러화 가치가 소폭 반등했을 때 금 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 역시 마찬가지다. 금은 보유에 따른 이자 수익이 없어 시장금리가 기회비용이 되지만, 2023년 중반 이후 실질금리가 2% 내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금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코로나 이후 금리와 금 가격 간 역상관관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년 들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시장금리 변화를 살펴봐도 금 가격 상승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연방기금 선물금리는 최근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 4월보다 높은 수준이며, 지난 6월에는 지금보다 금리 인하 기대가 강했음에도 금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금 가격 강세의 진짜 배경에는 두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첫 번째는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행렬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 조치는 미국 달러 자산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15~2019년 연평균 130톤에 불과했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260톤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금년 상반기에도 210톤의 순증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 보유를 늘린 국가들의 성격이다. 중국, 폴란드, 인도, 터키, 일본, 태국, 헝가리, 카타르, 러시아, 브라질 등 상위 10개국 중 일본을 제외하면 모두 신흥국이며, 공통적으로 미국과 외교·군사적 대립 관계를 맺거나 지정학적 불안이 상존한 국가들이다.

두 번째 구조적 요인은 선진국의 금융억압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더딘 금리 인하를 비판하며 신속한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물가가 안정된 구간에서 인위적 저금리를 통해 부채 부담을 장기적으로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금융억압 정책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확장 재정과 정치 불확실성으로 재정 건전성 우려가 동반되면서 장기채 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채 신뢰성 약화와 채권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지며, 대안 자산으로서 금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금년 들어 ETF를 통한 금 매수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에 더해 ETF를 통한 금 매수가 금 가격 신고가를 이끈 배경으로 분석된다. 경기 및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 수단으로 금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같은 구조적 상승 요인들이 지속되는 한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질금리와 달러화 약세에 더해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 등 구조적 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금년 말 금 가격의 모형가격(적정 이론가격)이 4,000달러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2022년 이전까지 기존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는 10% 이내로 제한됐지만, 2022년부터 괴리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공급이 제한된 금의 특성상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가 시중 유통량을 감소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현재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이 200%에서 금년 말 230%로 추가 확대될 경우, 금 가격은 4,000달러/온스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이는 현재 수준 대비 약 10% 이상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와 달리 현재 금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나 통화정책 변화가 아닌 구조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며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이라는 두 축이 금 가격의 새로운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최근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모형가격과의 괴리율이 장기 추세를 하회하는 등 오버슈팅 구간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다만 ETF 수급의 영향이 커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과열과 진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 투자 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제시한다. 우선 ETF 수급이 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구조적 상승 요인인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와 금융억압 정책 부작용이 소멸될 경우 금 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 물가 불안 등이 지속되는 한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금의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리스트바로가기

Pension Economy

epic-Who

epic-Company

epic-Money

epic-Life

epic-Highlight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