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은 지난 25일 조동혁 회장이 보유 주식 31만910주(2.72%)를 주당 17만6900원에 ㈜GS에 장외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총 거래대금은 약 550억원 규모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의 한솔케미칼 지분은 기존 11.65%에서 8.91%로 감소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매각으로 한솔케미칼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조동혁 회장 외 특수관계인 10인'의 지분이 15.07%에서 12.33%로 줄어들면서, 13.34%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올라서
조 회장 측은 이번 매각의 목적을 '채무 상환 재원 확보'라고 명시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보유 한솔케미칼 주식 30만5000주를 담보로 농협은행에서 80억원, 한국증권금융에서 115억원 등 총 19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또한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16만1000주를 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어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적용되는 '합산 3%룰'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 규정은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3%로 제한하는 것으로,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의결권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취약한 지배력, 근본 해결책은 여전히 과제
한솔케미칼은 재계에서 대표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한 기업으로 꼽힌다. 조 회장이 처음 최대주주에 올랐던 2001년에는 한솔그룹 계열사 지분까지 합쳐 약 30%의 지분율을 보유했지만,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배력이 약화됐다.
GS, 우호 지분 역할과 정밀화학 투자 확대
이번 거래에서 GS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한솔케미칼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GS가 과거 한진칼 지분 1.5%를 매입해 우호지분 역할을 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한솔케미칼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결권 신탁계약 체결에 건강이상설도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추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솔케미칼이 보유한 자사주 3.01%를 백기사와 맞교환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조 회장 측은 지난해 DI동일과 자기주식 맞교환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회장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되고 있다. 2023년 보유 지분 일부를 부인에게 위탁하고 의결권을 딸인 조연주 부회장에게 맡기는 신탁 계약을 체결한 것이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솔케미칼은 지배력이 취약한 데다 아직 승계 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향후 증여 및 상속 과정을 고려하면 지배력이 더욱 희석될 우려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분 매각이 단순한 자금 조달인지, 아니면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인지는 향후 조 회장과 한솔케미칼의 행보를 통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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