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은 21일 발표한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건설투자 부진의 영향을 제외하고 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의 실질 성장세는 양호했다"며 "과거보다 약화된 건설 경기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부진한 건설 경기에
도 경기 시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한국의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쳤다. 이 중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9%포인트를 기록했다. 만약 건설투자 부진이 없었다면 2%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건설투자의 GDP 성장 기여도는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 위축된 건설수주가 시차를 두고 공사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건설기성과 건설수주 데이터를 보면,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수주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20개월의 시차를 거쳐 2024년부터 건설기성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한 핵심 근거도 바로 이 같은 건설투자 회복 지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건설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현저히 약화됐다. 지난 10년간 GDP 내 건설투자 비중은 16%에서 12%로 줄어들었다. 건설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다른 주요 산업들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도 건설업의 파급효과는 약화됐다.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취업자 비중은 7% 중반대에서 6% 중반대로 줄었고, 취업유발계수 역시 과거에 비해 하락했다.
건설 경기 변화가 금융시장에 연계되는 강도도 약화됐다. GDP에서 건설투자를 제외할 경우 기업이익이나 국고채 금리와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코스피지수와 건설투자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간의 상관관계는 2015~2019년 0.4에서 2020년 이후 0.3으로 낮아졌다.
이는 2023년부터 건설 경기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확대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들어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펀더멘털 우려 대신 외국인 자금 유입과 제도 개선 등 기타 요인의 긍정적 효과가 금융시장에 더욱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하반기 경기 전망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상반기까지는 건설투자 부진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를 제외한 GDP 성장률이 전체 GDP 성장률보다 높았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투자의 기저효과에 힘입어 오히려 건설투자 제외 GDP 성장률이 전체 GDP 성장률을 하회할 전망이다. 즉, 체감 경기가 실제 숫자로 기록될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이진경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건설투자 부진에도 약화된 경제 연계성과 수출, 정책 모멘텀 등에 힘입어 성장률 숫자 대비 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며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실제 발표될 성장률보다 체감 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현재 한국 성장 전망에서 부진한 건설 경기 영향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대비 전체 GDP에서 건설 경기가 갖는 실질적 의미가 퇴색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은 단순히 성장률 수치에만 의존한 경기 판단보다는 건설업의 구조적 변화를 감안한 보다 종합적인 경기 진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하반기 경기 전망과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이러한 '성장률 착시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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