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세습 경영에 대한 강력한 비판
주 교수는 재벌가의 세습 경영을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로 진단한다. 그는 올해 4월 언론 기고에서 "재벌가의 2세, 3세 경영의 특권 질서가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승계 문제를 넘어 시장 전체의 공정성과 혁신 동력을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주 교수는 "불공정한 시장질서가 기업 간, 부문 간, 노동 간 격차를 키우고 인적, 제도적 역량을 훼손하여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잠식한다"고 진단했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단순히 경제력 집중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징벌적 처벌 통한 강력한 규제 필요성 주장
주 교수의 재벌 규제 철학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징벌적 처벌'에 대한 강조다. 그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이 징벌적 처벌의 부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 행위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제재가 단순히 사후적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되며, 사전 예방 효과를 가져야 한다는 경제학적 논리에 기반한다. 위법 행위로 인한 이익보다 처벌 비용이 훨씬 클 때만이 진정한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병기 교수의 기업관은 재벌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특권 질서'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된다. 그는 "기나긴 권위주의 역사 속에서 때로는 침략자에 부역하고 때로는 독재자를 우상화하며 힘을 키워온 족벌 언론도 2대, 3대 세습을 거듭한다"며 "탐욕의 특권 질서는 금융, 교육, 종교, 복지와 의료 영역에까지 뻗쳐 세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주도 경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
주 교수는 보수 정부의 '시장주도'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주도, 시장주도로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이라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있는 자들의 경제적 기득권을 지키는 후진적 시장경제"라고 비판했다.
공정경제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 비전
주병기 교수가 그려온 기업관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재벌의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고 중소벤처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2011년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해 소득 분배와 공정성 연구에 매진해온 그의 학문적 배경은 이러한 기업관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며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해온 경험도 그의 이론을 현실 정책으로 구현할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주병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그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강력한 재벌 규제와 공정경제 실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도급 갑을관계 개선, 대기업 불공정 행위 규제,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등이 그의 주요 정책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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