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즉시 수사 협조 의지 표명
하이브는 12일 "방 의장의 귀국이 맞다"며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성실히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방 의장 측은 사전에 경찰과 귀국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사기관은 그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방 의장의 휴대폰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거래소를 1차 압수수색했고, 7월 말 하이브 본사 등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현재 관련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 의장 소환 일정에 대해서는 "압수물 분석이 끝난 뒤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IPO 준비 중 기존 투자자에 허위 정보 제공 의혹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기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속여 보유 지분을 방 의장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에 팔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조사2국은 IPO 지정감사를 신청하는 등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팔게 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방 의장과 계약을 맺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는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벤처캐피털(VC) 등 기관으로부터 하이브 주식을 사들였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10월 1039억원을 투입해 LB인베스트먼트 등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지분 12.4%를 매입했다.
4000억원 규모 이익 공유 계약의 실체
하이브가 2020년 10월 상장에 성공하며 PEF와 방 의장 모두 큰돈을 벌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39억원을 투자해 9611억원을 회수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주 간 계약 내용이 한국거래소의 하이브 상장 심사 때는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에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PEF 보유 지분의 23.6% 가운데 15.1%는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았다. PEF들은 상장 첫날부터 지분 4.99%를 쏟아내 4258억원을 현금화했다. 상장 첫날 상한가로 치솟았던 하이브 주가는 1주일 만에 60% 하락했다.
이번 사건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에 착수했고 금융당국도 별도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세청까지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7월 29일 하이브 본사에 조사요원을 파견해 비정기 특별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현장 예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4국은 대기업의 대규모 탈세 의혹을 전담하는 부서로, 조사4국의 등판은 국세청이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방 의장, 하이브 구성원에 메일로 첫 입장표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방 의장은 지난 6일 하이브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방 의장은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과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으로 해외 체류가 길어졌지만, 일정을 미루고 조속히 귀국해 조사 절차에 최우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장 당시 상황을 금융당국에 이미 상세히 소명했으며, 앞으로도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 문제가 회사와 산업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창업자이자 의장으로서 심려를 끼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시 중형 불가피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관련 위반으로 인한 이익이 50억 원을 초과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른 시일 안에 관련 조사를 마무리한 뒤 패스트트랙(긴급조치)으로 검찰에 통보할 계획이다.
하이브 측은 일관되게 합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관사와 법률자문사 4곳 모두 '특정 주주 간 계약이어서 일반 주주에겐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의견을 내 증권신고서에 기재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거래는 법률 검토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금융당국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소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자본시장·엔터 업계 전반 큰 변화 예상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사례는 IPO 과정에서 이면 계약과 사익 추구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인 사기적 거래 의혹이 짙다"며 "당국이 이번 사안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유사 사례가 빈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K-팝 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하이브의 기업 윤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향후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방 의장의 귀국으로 본격화될 수사 결과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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