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회사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거쳐온 내부 출신 전문가가 국내 최대 주류업체의 사령탑에 오르는 것이다. 1995년 진로 입사 이후 경영전략실, 법무, 대외협력, 물류, 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부서를 경험한 그는 사내에서 '전략통'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제 그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만큼 무겁다. 장 신임 대표(이하 대표)에게는 국내 주류시장의 구조적 침체 속에서 하이트진로를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회복되지 않는 실적
장 대표가 마주할 과제의 심각성은 최근 실적 수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3분기까지 하이트진로의 매출은 1조92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16억 원으로 2.8%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도 1048억 원으로 7.9% 줄어들었다. 이는 국내 1위 주류업체마저도 성장을 멈춘 상태라는 뜻이며, 업계 전체가 마주한 위기의 신호탄이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자축했지만, 시장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이 실적 부진이 기업의 경영 미스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문제다. 현재 도전하고 있는 국내 주류시장의 구조적 침체는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장 대표의 경영 능력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시장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 환경 급변, 단순한 경영 관리로는 충분치 않아
장 대표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과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국내 주류 소비 전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라거 중심의 맥주 시장은 이미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이는 과거의 점진적 성장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경쟁 환경을 의미한다.
여기에 수입 주류의 확대, 건강과 웰빙을 지향하는 소비자 선호의 변화, 그리고 젊은 세대의 음주 문화 자체의 변환까지 겹쳐있다. 과거에는 주류 소비 파이가 확대되면서 자동으로 수익이 따라왔다면, 이제는 축소되는 파이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었다. 이는 '관리'의 차원을 넘어 '혁신'을 요구하는 과제다.
세 번째 과제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재편이다. 기존의 소주와 맥주라는 두 축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의 음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저알코올 음료, 프리미엄 제품, 건강 지향 음료 등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하다.
장 대표는 이러한 제품 혁신을 단순한 신제품 출시 차원이 아닌, 기업의 장기적 성장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핵심 사업은 유지하면서도, 미래 소비자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신사업 영역을 동시에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도전적인 경영 과제다. 실패 가능성과 시간, 비용의 투입이 모두 클 수밖에 없다.
네 번째 과제는 글로벌 시장 개척의 가속화다. 국내 주류 시장의 성숙화로 더 이상 국내에서만의 사업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이를 강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거론하는 "해외 시장에의 적극 진출"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그러나 매우 복잡한 과제다. 지역별로 다른 주류 소비 문화, 각국의 규제 환경, 현지 강자들과의 경쟁, 유통 채널의 구축 등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하이트진로가 보유한 소주와 맥주라는 강한 제품력이 국내에서의 경쟁력인 만큼,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수용하도록 할 것인지도 중요한 전략 문제다. 성공한다면 회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상당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의 영역이다.
문화와 시스템 혁신 함께해야 진정한 세대교체
다섯 번째 과제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변화다. 이번 임원인사에는 장 대표 외에도 4명의 신규 임원이 포함되었으며, 관리, 영업, 생산 부문 전반에서 세대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조직의 의사결정 체계, 업무 문화, 성과 평가 시스템 등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장 대표는 단순히 새로운 임원들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혁신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과거 10년 이상의 안정적 경영 체제에 익숙했던 조직원들이 빠른 변화와 혁신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이는 인사 차원을 넘어 조직문화 혁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과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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