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반격, 아들 배제한 이사진 교체
윤 회장은 이번 임시주총 신청에서 자신을 비롯해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김치봉 콜마비앤에이치 전 대표, 김병묵 콜마비앤에이치 전 대표, 유정철 콜마비앤에치 부사장 등 8명을 사내이사로,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담았다. 주목할 점은 현재 콜마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이사 선임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25일 대전지방법원이 콜마홀딩스의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인가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해석된다. 콜마홀딩스는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9월 26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갈등의 뿌리: 2019년 승계 구조와 3자 합의
갈등의 씨앗은 윤 회장이 남매에게 승계를 한 2019년 무렵 생겼다. 당시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확보한 윤 부회장은 화장품·제약, 윤 대표는 콜마BNH를 맡았다. 윤동한 회장과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대표는 '3자 간 경영합의'를 체결했다. 경영합의에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한 그룹 운영을 맡고,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윤 회장이 2019년 12월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무상증자 후 460만주)를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도 이 경영합의서 위반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윤 회장은 갈등의 본질이 '권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있다고 봤다며 아들의 독단적 경영을 비판했다.
실적 부진 vs 경영권 흔들기 논란
하지만 콜마BNH는 실적이 나빠지긴 했지만 단기적 부진이라고 반박했다. 세종3공장 투자로 영업이익이 하락했고 매출 역시 최근 2년만 보면 상승세라는 입장이다. 콜마BNH 관계자는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은 윤 부회장, 지주사와 합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실적 부진, 주가 하락을 이유로 윤 대표의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분구조 변화와 경영권 향방
윤상현 부회장은 달튼인베스트먼트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현재 지난 3월 말 기준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상현 부회장이 31.75%, 윤 대표와 남편이 10.62%, TOA(옛 일본콜마) 7.8%,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 5.69%, 윤 회장이 5.59%으로 구성돼 있다.
창업주의 절망감과 미래 전망
윤 회장은 "가족 문제를 법정에 맡기게 된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2019년) 승계를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 편도, 딸 편도 아닌 회사 편"이라며 "콜마의 명예와 임직원의 노고가 훼손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윤 회장은 지분 5.59%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윤상현 부회장의 독단 경영과 이사회 유명무실화를 문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견제를 넘어, 콜마홀딩스 전반의 경영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공식적 조치다.
한편 콜마홀딩스 측은 윤 회장의 임시주총 소집 신청에 대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콜마그룹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중소 화장품업계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데에는 콜마처럼 세계적 수준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층 사업이 탄력받아야 할 때에 오너가 분쟁이 격화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K-뷰티의 대표 ODM 기업으로 성장해온 콜마그룹이 창업주와 2세 간 갈등으로 경영 혼란에 빠지면서, 향후 기업의 지속 성장과 지배구조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