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30일 이사회를 통해 SK온과 SK엔무브 간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방식은 SK온이 존속법인으로서 SK엔무브를 흡수하는 구조이며, 합병 비율은 DCF(현금흐름할인법) 기반으로 산출한 SK온:SK엔무브 = 1:1.6616742로 결정됐다.
양사의 규모를 보면 2024년 기준 SK온은 자산 50조원, 자본 17조원, EBITDA 3천억원이며, SK엔무브는 자산 3조8천억원, 자본 1조7천억원, EBITDA 8천억원 규모다. 합병 기일은 2025년 11월 1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SK엔무브 주주들에게는 SK온 보통주가 합병 신주로 발행된다.
합병의 표면적인 목적은 작년부터 이어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다. 전동화 중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윤활유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SK온에 결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27년까지 SK온의 IPO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엔무브와의 합병을 통해 시간을 벌려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단기 턴어라운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인 윤활유 사업과의 결합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본 합병과 동시에 FI(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SK온의 전환우선주를 약 3조5천9백억원에 매입했다. 이를 통해 합병 및 유상증자 이후 SK온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약 90.32%까지 상승하게 된다. 향후 IPO 시 구주매출을 통한 수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자금 조달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약 2조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SK Inc. PRS 체결)와 7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이 중 SK Inc.는 약 4천억원 규모로 증자에 참여해 SK이노베이션의 실제 현금 유출 규모는 약 9천억원으로 파악된다.
또한 자회사 SK온(2조원), SKIET(3천억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와 SK E&S 자산 유동화를 활용한 추가 자본 조달로 SK이노베이션 전체적으로는 2025년 8조원의 자본확충과 9조5천억원의 순차입금 감소가 기대된다.
기술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냉각 기술과 윤활유 기반의 열관리 기술을 SK온의 ESS 및 EV 배터리 사업과 연계할 경우 기술·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타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EBITDA 10조원 달성 및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유지라는 재무 목표를 제시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와 수익성 성장을 모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윤활유 사업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게 되어 배터리 사업의 변동성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사의 기술력 결합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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