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적 셰프의 한국 방문
1991년생인 라스무스 뭉크 셰프는 22세에 헤드 셰프가 되어 독창적인 재료와 질감, 맛의 조합을 시도하며 요리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가 이끄는 알케미스트는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선 개념으로, '홀리스틱 큐진(Holistic Cuisine)'이라는 새로운 요리 철학을 통해 미식, 연극, 예술, 과학, 기술을 결합한 총체적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코펜하겐의 레프샬레외엔(Refshaleøen) 지역에 위치한 2만 2천 평방피트 규모의 알케미스트는 거대한 플라네타리움 돔을 중심으로 45-50개의 '식용 인상(edible impressions)'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오로라부터 다양한 예술적 프로젝션에 둘러싸인 채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요리를 경험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라스무스 뭉크 셰프의 혁신적 도전이다. 2025년에는 SpaceVIP, Space Perspective와 협력하여 플로리다에서 출발하는 6시간의 '성층권 다이닝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수면 10만 피트 상공에서 진행되는 이 특별한 식사는 티켓당 49만 5천 달러로, 단 6명만이 참여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발효 기술 연구소 '스포라'
라스무스 뭉크 셰프는 알케미스트 운영과 함께 '스포라(Spora)'라는 혁신적인 식품 연구소를 창립했다. 스포라는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 샘표 방문도 바로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뭉크 셰프는 "홀리스틱 큐진의 중심에는 몰입감이 있으며, 미식과 예술, 과학을 결합해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대한 인식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의 요리에는 항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Hunger'라는 요리는 꽃으로 장식된 토끼고기를 은 해골 위에 올려 영양실조 아동들의 곤경을 표현하고, 'Plastic Fantastic'은 바다 쓰레기를 형상화한 식용 플라스틱으로 환경 문제를 다룬다.
라스무스 뭉크 셰프가 방문한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아시아 유일의 식물성 발효 전문 연구소로, 샘표가 75년 넘게 쌓아온 발효 노하우가 집약된 공간이다. 충북 오송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연구소 같지만, 내부는 최첨단 IT 기업 같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허병석 우리발효연구중심 소장에 따르면, 국내 식품회사 대부분이 매출의 1% 미만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반면, 샘표는 매년 4-5%를 미래 성장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20%인 140명이 식품, 생명, 유전공학, 미생물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원이다.
혁신적인 샘표 제품들이 선사하는 글로벌 가능성
라스무스 뭉크 셰프가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은 샘표의 혁신적인 발효 제품들이었다. 100% 순식물성임에도 고기 못지않은 감칠맛을 내어 '매직소스'라 불리는 글로벌 장 '연두'는 이미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다. 전통 간장 특유의 쿰쿰한 향과 진한 색을 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연두는 전 세계 어느 요리에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짠맛과 매운맛은 부드럽게 조절하고 콩 발효의 감칠맛은 살린 '유기농 고추장', 대두 알레르기를 가진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완두간장' 등은 지속가능성과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혁신적인 제품들이다.
발효 부산물의 새로운 활용 방안 모색
이번 방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의는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식품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실험하는 스포라의 운영자로서 라스무스 뭉크 셰프는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발효 부산물의 재활용은 순환경제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이는 알케미스트의 '홀리스틱 큐진'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미슐랭 스타 김기용 셰프의 동행과 한국 발효의 가능성
이 자리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며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김기용 셰프도 함께했다. 김 셰프는 샌프란시스코의 '베누',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뉴욕의 '정식'과 '아토믹스'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LA 리틀도쿄에 모던 한식당 '키(Ki)'를 개업했다.
김기용 셰프는 한식 재료와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메뉴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의 시그니처 메뉴인 문어 머리 소스를 곁들인 바삭한 문어 요리 등은 한국 발효 기술의 현대적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발효의 깊이와 가능성을 체험하며, 샘표의 발효 기술과 연구시설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현대 미식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세계적 셰프들이 인정하는 한국 발효 기술의 가치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이미 전 세계 발효 전문가들과 미식 연구자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초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Alicia)와의 협업을 비롯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베누'의 코리 리(Corey Lee) 셰프,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 앨버트 아드리아(Albert Adrià) 등 세계적인 셰프들이 이곳을 찾아 발효에 대해 논의했다.
벨기에 미슐랭 2스타 셰프 상훈 드장브르는 "장을 만들기 위해 여러 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샘표의 높은 기술력이 존경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콩을 발효시킨 연두가 육수를 낸 것 같은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이 너무 신비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발효 기술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전환점
라스무스 뭉크 셰프의 이번 방문은 한국의 전통 발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요리와 만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식을 통해 사회적, 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뭉크 셰프와 전통 발효 기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샘표의 만남은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 시스템 구축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샘표가 해외 연구기관과도 기술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의 발효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샘표는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발효 기술의 저력과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 아래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을 추진해온 샘표의 노력이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들과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 발효 기술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라스무스 뭉크 셰프와 김기용 셰프, 그리고 샘표의 이번 만남은 K-발효 기술의 글로벌화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이러한 협력은 앞으로 전 세계 식탁에 더욱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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