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는 29일 공시를 통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의향서를 신청 받고 소수의 매수 희망자와 실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이 328.7%에 달하고,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 규모가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태광그룹, 화장품 사업 진출 야심 드러내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태광그룹이다.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산업의 핵심 생산시설인 충남 청양공장을 방문해 설비와 인력 구성, 생산능력 등을 면밀히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예비 후보군 가운데 가장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태광그룹은 이달 초 사업구조 재편 방침을 공개하면서 신규 진입을 모색하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그룹은 핵심사 태광산업의 섬유·화학 부문이 극심한 업황 불황과 중국 경쟁사들의 약진으로 부진을 겪으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에 나선 상황이다.
태광그룹의 인수 구조도 눈길을 끈다. 태광그룹은 산하에 있는 티투프라이빗에쿼티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용사를 결성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고, 태광그룹 계열사가 뒤에서 전략적투자자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하지만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이 무산되며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앵커PE, 반전 노리는 총공세
앵커PE는 2021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을 인수했지만 지난해 기준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679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20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런 맥락에서 애경산업을 인수해 볼트온(Bolt-on) 전략을 펼치면서 더마펌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폴캐피탈, 복병으로 급부상
이번 매각의 최대 쟁점은 가격이다. 매각 측이 희망하는 애경산업 지분 약 63%의 매각 가격은 약 6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3000억~4000억원대로 평가하고 있어 가격 조율이 거래 성사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애경산업의 연결 매출은 6791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 수준이다. 매도 측 희망가는 약 6000억~7000억원으로, EBITDA 기준 16배 수준의 멀티플이다. 이는 국내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 의존도 높아 구조적 한계 노출
애경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중국 매출은 16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한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은 전체 매출에서 70%가 수출로 이뤄지고, 수출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경산업의 최근 실적은 부진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0.7%, 63.3%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27.2% 줄었고, 영업이익은 88.4% 감소했다.
8월 본입찰에서 최종 결정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에게 2개월 가량의 실사 기간을 부여하고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모체 기업이다. '2080 치약', '케라시스', '루나', 'AGE20'S' 등 대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679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애경그룹은 화학·항공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 인수전은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국내 소비재 산업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각 인수 후보들의 제시 조건과 향후 사업 계획이 최종 선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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