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노하우 엔씨소프트 vs 공격적 투자 크래프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발표한 서면평가 결과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AI 자회사인 NC AI가 컨소시엄 주관사로, 크래프톤이 SKT 컨소시엄의 참여사로 각각 10개 통과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 KT, LG AI연구원 등 15개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경쟁한 가운데 게임업계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두 회사다.
엔씨소프트는 '축적된 내공'을 무기로 삼고 있다. 2011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AI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에 뛰어들면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바르코(VARCO)'를 설계한 기업으로, 올해 초 연구조직을 분사하며 자회사 NC AI를 통해 개발과 AI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NC AI에는 170명의 개발·연구 인력이 포진해 있다.
엔씨(NC)가 오픈소스 모델 기반 튜닝 거대언어모델(LLM)인 'Llama-VARCO LLM(라마 바르코 LLM)'을 26일 공개했다고 최근 발표했듯이, NC AI는 지속적인 기술 공개와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8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국내 LLM 모델 최초로 등재시킨 바르코는 벤치마크 성능에서 알리바바의 오비스·큐웬 등 글로벌 오픈소스 비전언어모델보다 앞선 결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크래프톤은 '속도전'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2022년 딥러닝본부를 신설한 이후, 자연어처리(NLP), 컴퓨터 비전 및 애니메이션, 음성인식, 강화학습(RL) 등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며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AI 연구개발(R&D)에 누적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120여명의 전문 개발 인력을 확보한 크래프톤은 작년에만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뉴립스(NeurIPS), ACL 등 최상위 AI 학회에 20편이 넘는 논문을 등재하며 연구 역량을 증명했다.
기술 특화 영역에서 드러나는 차별화 전략
두 회사의 기술적 강점과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NC AI는 원천 모델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캐릭터 동작을 구현하는 AI 모션 기술 '바르코 애니메이션', 음성에 맞게 캐릭터 입 모양과 표정을 생성하는 '바르코 싱크페이스' 등 게임 개발에 특화된 솔루션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또한 패션, 미디어 등 버티컬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범용 AI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CPC는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술로 구축된 게임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On-device SLM for Gaming)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로, 기존 NPC와 달리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추론하면서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사 DNA가 만드는 AI 경쟁력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업계는 80년대부터 게임 내에 AI 기술을 활용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오랜 노하우가 있다"며 "정부가 1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공약을 한 만큼 게임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5개 정예팀 압축. 두 회사 최종 선발 될까?
하지만 게임사들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모델 성능뿐만 아니라 대규모 GPU 인프라를 실제로 운용·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보유 여부가 핵심"이라며 "두 회사 모두 게임이라는 특정 도메인 안에서는 기술을 입증했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범용 AI 기술력과 확장성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30B(30억 파라미터) 모델 구축 등 독자적인 AI 기술 역량, 오픈소스의 개방성, 실제 서비스 적용력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후 발표 평가를 통해 10개 팀에서 5개 정예팀으로 압축될 예정으로,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최종 선발 여부가 주목된다.
성장이 제한된 게임 사업을 넘어 AI 생태계의 빅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두 회사의 도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한국 AI 산업의 미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4년간 축적한 내공의 엔씨소프트와 공격적 투자로 빠르게 따라잡는 크래프톤, 과연 누가 'K-AI'의 주역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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