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약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성과로, 수년간 정체되어 있던 파운드리 사업에 '부활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방에 대해서는 "경영상 비밀유지를 위해 공시를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대형 기업과의 계약임을 확인했다.
파운드리, 조 단위 적자에서 대반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동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왔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6조6853억원을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메모리 사업부에서 흑자를 내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조 단위 적자를 거듭해온 결과였다.
상황의 심각성은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에서도 드러났다. 이달 초 공지된 파운드리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TAI 지급률은 0%였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5% 지급률에 따라 TAI를 받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그마저도 지급받지 못할 정도로 위기감이 감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7.6%, 삼성전자 7.7%로 격차가 상당히 크다. 이는 삼성전자가 TSMC와 약 60%포인트나 뒤처져 있음을 의미한다.
TSMC와의 기술 경쟁 가속화
TSMC는 지난해 매출 약 2조8,300억 대만달러(125조원), 영업이익 1조2천억 대만달러(5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2나노 공정 기술을 무기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퀄컴도 갤럭시 전용 차세대 프리미엄 AP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분사설 잠재우고 투자 의지 재확인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당초 목표도 이번 계약으로 한층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올해 3분기 신규 거래처 확보,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반응 긍정적 … 주가 3% 오르며
이번 계약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 넘게 오르며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우려를 모았던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해 영업적자를 해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기술 경쟁력 회복을 예상한다"며 "내년 애플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CIS) 양산, 테슬라 등 신규 거래선 확보를 통해 영업적자의 폭을 축소시켜 나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22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게 단순한 매출 확보를 넘어 기술력 검증과 고객 신뢰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와신상담의 노력 끝에 찾아온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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