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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상륙작전 ⑧ 중흥그룹] 아버지가 아들회사에 3조 무상보증 승계 퍼즐 맞춰

중흥토건 12억→5조 지주사로 우뚝 … 지배구조 개편 완성

2025-06-10 10:34:55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보스상륙작전 ⑧ 중흥그룹] 아버지가 아들회사에 3조 무상보증 승계 퍼즐 맞춰이미지 확대보기
중흥건설그룹의 2세 경영권 승계가 10년에 걸친 치밀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완성됐다는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2007년 자산가치 12억원에 불과했던 소규모 지역 건설사가 17년 만에 자산총액 5조4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자원 집중과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소규모 건설사에서 그룹 핵심기업으로 변신
중흥그룹 2세 정원주(52) 부회장이 2007년 인수한 중흥토건은 당시 전남 지역의 소규모 건설사 '동일건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후 그룹의 핵심축으로 성장하며 경영권 승계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0년간 중흥토건과 그 6개 계열사(청원개발·중흥에스클래스·중봉산업개발·브레인시티프로젝트금융투자·모인파크·송정파크)가 시행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계열사 지원을 넘어선 체계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었다. 중흥토건과 계열사들이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아버지 정창선(82) 회장이 최대주주(76.74%)로 있는 중흥건설이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 등의 방식으로 무상 지원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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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중흥건설에서 토건으로 지배구조 중심 축 이동

중흥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중흥토건이 중심이 된다. 중흥토건이 대우건설 지분 40.6%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흥그룹 내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정원주 부회장은 조세심판원 진술에서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인정했다. 그는 "중흥그룹은 당초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건설 계열사 중심의 사업조직구조를 청구인이 최대주주인 중흥토건 계열사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흥그룹 자산 중 중흥토건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5.7%에서 2024년 86.5%로 급증했다. 이는 그룹 내 권력구조가 완전히 재편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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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승계 완성

2021년 중흥토건의 대우건설 인수는 2세 경영권 승계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2021년(9조 2061억원) 10조원 수준이던 중흥그룹 자산은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20조 2920억원(2022년), 23조 3210억원(2023년)으로 수직 상승했다.

당시 시공능력평가 5위였던 대우건설을 인수함으로써 중흥토건은 단숨에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부상했다. 중흥토건이 대우건설의 지분 40.60%, 중흥건설이 10.15%를 보유해 최대주주와 2대주주를 맡고 있다는 현재의 지분구조는 이러한 승계 전략의 결과물이다.

당시 중흥그룹은 자체 자금 9000억과 인수금융 1조2000억원을 조달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도 중흥건설의 신용보강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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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지주회사 전환으로 승계 구조 완성

2023년 중흥토건의 지주회사 전환은 2세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대우건설을 품은 중흥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이로써 정원주 부회장→중흥토건→대우건설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명확한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중흥토건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총수는 정원주 부회장이라 볼 수 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상 지원 실질적 효과와 2세의 이익

공정위 조사 결과, 무상 신용보강을 통해 중흥토건과 계열사들은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했고, 2023년 말 기준 매출 6조6780억원, 이익 1조731억원을 기록했다.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이러한 성장의 실질적 수혜자는 중흥토건 지분 100%를 보유한 정원주 부회장이었다. 그는 2015~2019년 사이 지분가치 상승과 배당금 650억원, 급여 51억원 등 총 7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행위라고 판단하고,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8개 회사에 총 180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무상 신용보강 제공과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동일인 2세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경쟁 가능성을 저해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특히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시 증거 확보 못해 정창선 회장은 고발대상 제외”

다만 과징금 규모가 3조원대 무상 지원에 비해 180억원에 그쳐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정창선 회장 개인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흥건설은 이에 대해 "당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공정위 의결서 접수 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흥그룹의 사례는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가 단순한 지분 이전이 아닌, 그룹 전체의 자원을 동원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오너 3세 정정길도 후계자 수업 받고 있어

한편 중흥그룹은 현재 오너 2세 정원주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데 이어 오너 3세 정정길 씨도 그 뒤를 이을 후계자 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길 씨는 2021년 중흥건설 대리로 입사했으며, 2022년 대우건설 전략기획팀으로 옮겨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이는 중흥그룹이 2세 승계 완성 이후에도 3세까지 고려한 장기적 승계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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