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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해킹 사태 1개월, 가입자 대탈출과 유심 교체 경쟁의 현주소

40만 가입자 이탈. 354만 명 유심 교체 완료

2025-05-23 15:29:4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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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통신업계에 미친 파장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가입자 40만 명이 경쟁사로 떠났지만,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속도를 높이며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0만 명 대탈출, SKT 위기 현실화
2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해킹 사고 발표 이후 이달 21일까지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39만5517명에 달한다. 이 중 KT로 22만709명, LG유플러스로 17만4808명이 이동했다. 반면 경쟁사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4만3567명에 불과해, 실제 순감은 35만1950명을 기록했다.

평소 하루 2000~4000명 수준이던 이탈자가 해킹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 동안 3만5000명 안팎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는 하루 1만 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평소보다 많은 가입자가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SK텔레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누랩스 인사이트가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가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지만 호감도는 5점 만점 중 2.48점으로 통신 3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SK텔레콤 이용자의 46.2%가 다른 통신사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는 각각 79.2%, 78.8%가 현재 통신사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유심 교체 속도전, 5월 말 50% 돌파 전망

가입자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은 유심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현재 354만 명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으며, 18만7000명이 유심 재설정을 마쳤다. 유심 재설정은 기존 유심을 사용하되 새로운 정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교체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최근 며칠간 하루 30만 명 이상씩 교체가 이뤄지면서 교체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22일 하루에만 31만 명이 교체를 받았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이 같은 속도라면 5월 말까지 유심 교체율이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교체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본사 및 그룹사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22일까지 4900명이 현장 지원에 참여했고, 추가로 2500명이 고객 응대 및 유심 교체 교육을 완료해 현장 투입을 준비 중이다.

유심 재고 확보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임 사업부장은 "원래 5월부터 7월까지 매월 500만 장씩 발주했으나 입고 시점을 앞당겨 6월 말까지 1000만 장 넘게 들어올 예정"이라며 "현재까지는 재고 이슈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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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도 덩달아 타격

해킹 사태의 여파는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약 4만4000여 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해킹 사고 발생 전까지 일 기준 100명 내외로 증가하던 가입자가 사고 후 대량 이탈로 돌아선 것이다.

알뜰폰업계는 해킹 사고로 인한 가입자 민원 폭증과 유심 교체 택배비 등에 대해 SK텔레콤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 무조건 책임지고 보상해줘야 한다"며 "택배비나 민원 대응으로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한 부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택배비 등 유심 교체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뢰 회복과 보안 투자 확대 계획

SK텔레콤은 사태 수습과 함께 중장기적인 신뢰 회복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구성해 격주 정기 회의를 진행하며, 유심 교체 외의 추가적인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안 투자 확대도 추진한다.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보안 투자 규모를 어느 정도로 확대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섭 PR센터장은 "그룹 차원에서 정보보호 현황을 진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투자 규모가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 단위 지능형 지속 공격(APT) 공동 대응에도 참여 의지를 밝혔다. 류 센터장은 "정부가 통신 3사 등 기간통신사 공동방어를 검토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법적 분쟁도 본격화

한편, 해킹 사태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의 법적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 김국일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 초 SK텔레콤 이용자 1000여 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집단 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김희섭 PR센터장은 "현재로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관합동조사단 등의 조사 결과가 나와서 피해 규모 등이 정해져야 답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6월 이후 예약 없이도 매장 방문 시 유심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고, 신규 가입 중단도 조만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지각변동과 향후 전망

이번 해킹 사태는 국내 통신업계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유입되면서 알뜰폰 가입자 수가 10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3월 알뜰폰 가입자는 976만272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해킹 사태 이후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봉호 사업부장은 "문자를 받은 고객들 중 절반 정도가 매장에 내방하고 있다"며 "6월에는 예약했지만 내방하지 않은 분들께 다시 한번 안내를 드리고, 그 후에는 예약과 관계없이 전 매장에서 편할 때 방문하면 교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잔여 예약자는 567만 명에 달하지만, SK텔레콤은 다음 주 중반까지 유심 교체 안내를 마무리하고 예약하지 않은 고객도 현장에서 교체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보안 체계 재정비와 업계 협력

SK텔레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감염됐다고 판단되는 것은 전부 망에서 격리 조치를 취했다"며 "SK텔레콤 망 안에서 작동하는 장비는 괜찮다고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3년 전 악성코드가 심겨진 통합고객인증 서버와 연동되는 서버에서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정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졌지만, 조사단과 SK텔레콤은 IMEI 정보가 실제 유출되지 않았으며 유심보호서비스와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을 통해 복제폰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 회복의 긴 여정

임봉호 사업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고객의 불안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고객의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고 다시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40만 명의 가입자 이탈과 추가 집단소송 예고, 그리고 무엇보다 떨어진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은 단순한 유심 교체나 보상금 지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SK텔레콤이 약속한 보안 투자 확대와 시스템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국내 통신업계 전체의 보안 의식과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통신사들의 보안 투자와 관리 체계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심 교체라는 당면 과제 해결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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