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사태 후 국제 유가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서국내 에너지 시장과 무역수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원유 생산지가 아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당장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 전체로 확산할 경우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국내 물가와 수출입에도 큰 충격이 예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당장 국내 기름값 상승 흐름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과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줄어들면서 지난 6월 이후 4개월째흑자 전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국제유가 4% 급등…한전·가스공사에 '엎친데 덮친 격'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분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급등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향후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국제유가로 인해 누적 적자가 가중한 한전과 가스공사로서는 설상가상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중동 전체로 번지고 유가상승이 장기화한다면 전력 구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한전의 재무 상황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말했다.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가격 추이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미 L당 1천800원대를 돌파한 국내 휘발유 가격이 1천900원대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한전은 안 그래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유가 상승 지속 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도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전쟁에 따른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국내외유가 영향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로선 분쟁 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는 만큼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 흑자 돌아선 무역수지 악영향?…정부 "유가 동향 예의주시"
국제유가 상승 조짐은 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다. 지난 6월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수입액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6.5% 감소했다. 여기엔 국제 에너지가 하락으로 가스(-63.1%), 석탄(-36.9%)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36.3% 감소한 영향이 작용했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 상승과 대중(對中)무역 흑자 회복등의 뚜렷한 수출 플러스 전환이 없다면 에너지 수입액 상승은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가 당장의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한다고 해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 내 국지적인 수준에서 그칠지, 중동 지역 전체로 번질지 여부도 변수다.
산업부 김완기 무역투자실장은 통화에서 "유가가 움직여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며 "또 호르무즈 해역까지 상황이 번질지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말했다.(연합=자료)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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