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도 성폭력 피해 조사를 받으러 온 A 씨 앞에서 담당 수사관이 다른 부서 남성 수사관과 수사기록을 돌려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같은 대학교 남학생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 A 씨는 지난달 25일 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A씨는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여성청소년과 조사실에 자리가 없자 형사과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담당 수사관이 아닌 형사과의 다른 수사관이 조사실로 들어와 수사기록을 읽은 것.
담당 수사관은 사건과 무관한 형사과의 다른 수사관에게 "사건을 판단해달라"라며 피해자 A 씨의 인적 사항과 피해 사실이 적힌 수사기록을 그대로 건넸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177조에서는 피해자의 비밀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수사관은 선배 수사관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한 것일 뿐이며, 같은 경찰 수사관끼리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졌지만 해당 경찰서는 피해자와 신뢰관계가 무너진 담당 수사관을 교체하며 구두상으로만 주의를 주었을 뿐 별다른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수치심과 심리적 압박감 속에 다른 수사관에게 끔찍했던 피해 사실을 또 다시 진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피해자 A 씨의 법률대리인인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대표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수사기관에서 조사 심리 과정 진행 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하고 관련자 등이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인 경우, 상당히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불합리한 대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적인 조력을 받은 후 조사에 임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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