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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⑬] ‘선택’을 강요하는 디폴트옵션은 "디폴트가 아니다"
지난 12편에서는 퇴직연금 거버넌스의 핵심인 ‘의사결정체계’와 ‘수탁자 책임’을 다뤘다. 이번 13편에서는 이 거버넌스 원칙이 가장 실무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지점인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을 해부한다. - 편집자 주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의 ‘게으른 존(John)’과 한국의 ‘부지런한 김 부장’의 퇴직연금 계좌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미국의 존은 입사 이후 단 한 번도 연금 자산에 손을 대지 않았고, 2025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 지식이 부족한 자신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스템을 신뢰했다. 미국의 QDIA(적격디폴트옵션)는 존을 대신해 전문가의 처방전인 TDF(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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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진출, 손실은 가입자 몫"
퇴직연금시장의 기금화 움직임이 온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과연 무엇이 국민들이 원하고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건전한 발전 방향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현재 여당 한정애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연금의 퇴직연금시장 참여는 반드시 회피되어야 한다. 한정애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에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의 효과적인 수익률 제고 방법이지, 사업자가 누구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한국고용복지학회가 2025년 9월 우리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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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퇴직연금 전쟁 2라운드…은행·보험·증권 ‘종합전’ 돌입
퇴직연금 시장이 금융권 전반의 ‘종합전’ 단계로 접어들었다. 은행·보험·증권이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적립금 쟁탈전에 나서면서, 성장률 격차가 곧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의 급부상이 두드러진다. 20%를 웃도는 증가율은 전통 강자 중심의 질서를 흔들기에 충분한 수치다. 반면 국민·신한·우리 등 기존 상위권 은행들은 안정적인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지만, 선두를 방어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도 읽힌다.보험업계는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다. 대형 생보사들은 여전히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되는 반면, 중소형사와 손보사의 존재감은 제한적이다. 보장성 중심 구조와 낮은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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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⑫]회사는 ‘대출 금리’를 챙기고, 직원은 ‘마이너스’를 떠안는다
11편에서는 미국 퇴직연금의 진화 과정을 통해, 해법이 ‘방치된 자유’가 아니라 ‘설계된 보호’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12편에서는 그 보호 시스템의 핵심 뼈대인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에서 실종된 기업의 책임을 짚고, 이를 바로 세울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어느 중견기업의 재무팀장 A씨는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빠졌다. 직원들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증권사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주거래 은행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해당 은행이 회사의 법인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해 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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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퇴직연금시장을 떠나는 생보사들, '성장의 딜레마'
생명보험사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퇴직연금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우리금융 품에 안긴 동양생명도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장에 남기는 했지만,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퇴직연금시장이 생보사들에게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구조적 문제가장 큰 문제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퇴직연금은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보험사들이 퇴직연금을 부채로 처리하는 이유는 2023년부터 도입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적용 때문이다. 이전 회계기준(IFRS4)에서는 퇴직연금을 일종의 수탁 자산으로 보아 부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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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⑪] 사라진 축복,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는 행복
지난 10편의 1부 연재를 통해 우리는 한국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약점을 살펴보며,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제 2부에서는 시각을 현실적인 영역으로 넓혀보고자 한다. 바로 500조 원에 달하는 적립금이 담겨 있는 ‘계약형 제도’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미국 노동자들의 5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지난 1부에서 우리는 IMF 외환위기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탄생한 한국 퇴직연금이 '안전한 보관'에는 성공했으나, '자산 증식'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는 이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혁신(Revolution)이다. 하지만 대다수 적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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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공포와 성장주의
필자의 직업은 다양하게 불리지만, 가장 보편적인 표현을 꼽자면 역시 “AI 개발자”다. AI 개발을 한다고 하면 대개 “멋진 일을 한다”며 칭찬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이 굳어지는 부류가 있다. 사실 필자와 가까운 지인들 중 상당수가 이 후자에 속한다.이들은 왜 “AI”라는 말만 들으면 표정이 굳을까? 다들 AI 분야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인지라, AI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AI는 원리는 단순한데 비해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세상을 붕괴시킬 핵폭탄에 준하는 힘을, 경력 1년만 되어도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인공지능 개발 강사도 하는지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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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500년 전 사회안전망, 휼전
우리는 흔히 '연금', '사회보험', '복지국가'와 같은 제도는 산업혁명 이후 근대 국가가 탄생하며 정립된 현대적 산물이라 여긴다. 현대 개념의 국민연금제도는 독일 비스마르크시대로부터 비롯된 것이긴 하다. 그리하여 개인의 노후와 불행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교한 사회안전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이자 시스템으로 인식된다. 500년 전, 조선에도 이와 놀랍도록 닮은 제도가 존재하였다. 지금의 제도와 유사점이 있지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제도들 중 하나로서 농업을 근간으로 삼았던 조선이 어떻게 가장 취약한 백성들을 보듬었는지 보여주는 지혜로운 제도, ‘휼전(恤田)’이 있다. 휼전은 단순한 시혜나 일시적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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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와 외부효과
어릴 적 외갓댁은 춘천 변두리의 시골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축산업을 크게 하셨고, 동네에서 입김이 꽤 센 분이었다. 수의사가 따로 없던 지역이라, 가축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으레 외갓댁을 찾곤 했다.하루는 송아지 태어나는 걸 보러 가자며 나를 데리고 급히 길을 나서셨다. 송아지가 발부터 나오는 ‘역아’ 상황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송아지 다리를 붙잡고 당겼고, 몇십 분의 사투 끝에 출산은 무사히 끝났다.아름답지 않은가. 갓 태어난 송아지가 비틀거리며 뛰노는 모습을 보며, 그때의 나는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러나 경제학을 배운 지금에 와서야, 그 장면이 사실은 마을의 위기를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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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⑩]'통계의 함정'을 넘어서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500조 원 규모 연금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살펴봤다. 오늘은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가 만들어내는 '통계의 착시' 현상을 짚어보고, 기금형 제도가 어떻게 투명한 성과 평가와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과장된 성적표, 단순평균 10.8%의 역설관계 당국이 배포한 '디폴트옵션 도입 1년 성적표'는 고무적이다. "디폴트옵션 상품, 1년 수익률 평균 약 10.8% 달성."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루었고, 제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 김 과장이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을 때, 실제 수익률은 여전히 2~3%대에 머물러 있다. 뉴스와 현실 사이의 괴리, 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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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500년 전 사회안전망, 휼양전
현대 사회에서 ‘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보장과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핵심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여겨진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다양한 형태의 연금 제도는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이 조선 시대를 엄격한 신분제 사회로만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성의 삶을 보살피고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선진적인 복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휼양전(恤養田)’은 오늘날의 유족연금 또는 공공부조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휼양전의 정의와 운영 방식휼양전은 말 그대로 ‘가엾은 이들을 구휼하고 부양하기 위한 토지’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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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⑨]청탁을 막는 것은 '양심'이 아니라 '절차'다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500조 원의 거대한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초대형 연금 운반선에 비유하며, 함장과 조타수의 역할 분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의 방향을 정하는 함장과 실제로 키를 잡는 조타수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운영과 운용의 분리 원칙이었다.오늘은 이 배가 실제로 항해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풍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바로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금융기관형 기금을 만든다 할지라도 다양한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과연 우리 기금은 힘 있는 자의 부탁이나 달콤한 유혹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금융기관형 기금의 회의실에서 벌어진 가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해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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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 과전법의 비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연금은 매우 친숙한 제도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보며 '과연 나중에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금제도가 조선 시대에도 존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조선 초기에는 '과전법'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노후 보장 제도가 시행되었다.600년 전 조선의 퇴직 보장 시스템과전법은 조선 시대 관료들에게 일정한 농지를 제공하고, 그 농지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현대의 연금이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과전법은 토지의 수확물을 통해 관료들의 노후 생계를 보장했다. 근로자가 일정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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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⑧]500조원 노후 자산, 누가 어떻게 굴릴 것인가
기금형 퇴직연금이야말로 근로자들에게 '최적의 전문가를 선택할 권한'을 보장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다. 이제 노후 자산을 불려나갈 5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주체가 정해졌다면, 이 소중한 자산을 실제로 어떻게 운용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성공적인 기금형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마치 초대형 연금 운반선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이 배는 20~30년이라는 장기 항해를 통해 가입자를 노후라는 안전한 항구로 데려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항해를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함장의 책임(운영)과 조타수의 전문적인 실행(운용)을 명확히 분리해서 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함장의 역할, 항해의 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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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⑦]세 가지 기금 모델로 본 퇴직연금 개혁의 핵심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전문 운용 철학, 규모의 경제, 그리고 '선택의 함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통해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우리 앞에는 더 본질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이 기금을 누가 조성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현행 계약형 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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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 500년 전 사회안전망, 구황
조선이 갖추고 있던 현대의 연금제도나 복지 시스템과 비견될 만한 제도로서 지난 칼럼에서 '환곡(還穀)'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구황(救荒)' 제도를 통해 조선의 깊이 있는 복지 철학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환곡이 춘궁기 곡물 대여를 통해 백성의 생활 안정을 도모했다면, 구황은 천재지변이나 기근 등으로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현물과 곡식을 지급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게 하는 제도였다. 이는 현대의 재난지원금과 그 목적과 기능이 매우 흡사하다. 구황은 조선 시대의 중요한 사회 보장 제도로서, 국가나 지역 사회가 비축해둔 곡물을 결식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분함으로써 기근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위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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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게으름을 낳을까?
우리 회사는 월급을 나이로 준다. 인사평가도, 직무도, 실적도 보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령별 평균 급여표가 있다. 우리는 그 숫자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연봉 테이블을 만든다. 스물아홉 살이면 스물아홉 살 평균, 서른이 되면 서른 평균을 받는다. 생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연봉이 오른다. 연봉 협상도 없고, 성과급도 없다.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 “생산성에 비례해서 급여를 줘야지, 나이로 월급을 주면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는 걱정이 회사 안팎에서 동시에 나왔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조직이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이, 덜 일한 사람에게는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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