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의의 배경은 명확하다. AI로 재편되는 산업과 기술 환경 속에서 LG가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개별 사업 전략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룹 차원의 통합된 투자 방향 설정과 자원 배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이번 회의를 소집하게 했다. AI 팩토리, 피지컬 AI, 반도체(소재·기판), AX 등 AI 핵심 승부처를 중심으로 기존 투자 성과와 전략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경영진들은 8시간이라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는 각 계열사의 경영진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문제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논의의 초점은 투자 의사결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맞춰졌다. 사장단은 명확한 지향점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 방향을 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우수하다거나 시장이 유망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적 전략 맥락 속에서 투자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시장·경쟁·기술 변화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와 검증 과정을 정교화해 의사결정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AI 시대에 기업이 갖춰야 할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읽힌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LG가 속도와 실행력의 강화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투자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LG 경영진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필요 영역에 자원과 역량을 과감히 집중하는 등 실행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는 전략 수립 이상으로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라 시장 진출 속도 경쟁이기도 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LG 경영진들이 최근 AI 투자와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을 의식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규모와 개발 속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기술 자체를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어떤 기업들은 이것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LG 사장단은 "LG의 AI는 기술 자체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는 기술 추구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제시한 것이다.
구광모 LG 대표의 발언은 이러한 입장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AI는 더 이상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는 진단은 기업 경영진으로서의 절실한 인식을 드러낸다. "AI 미래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도록, 사장단이 빠른 속도와 집요한 실행력을 갖춰달라"는 주문은 전략 수립만으로는 부족하며 실행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집요한 실행력’이라는 표현은 특히 의미가 있다. AI 경쟁이 단거리 스프린트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며,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I 핵심 승부처로 지목된 영역들도 주목할 만하다. AI 팩토리는 제조업에서 AI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을 의미한다. 피지컬 AI는 로봇, 드론 등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기술을 뜻한다. 반도체(소재·기판)는 AI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영역이고, AX는 LG의 독자적 전략 개념이다. 이들 분야는 모두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넘어, 물리적 제품과 현실 세계에 작동하는 AI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삶의 가치를 높이는” AI라는 LG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LG의 사장단 회의 운영 방식도 전략적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3월 AX, 6월 Winning R&D, 9월 투자 전략 등 분기별 핵심 아젠다를 선정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ad-hoc한 회의가 아니라, 분기별로 체계화된 의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그룹의 전략을 재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각 분기마다 다른 주제를 선정함으로써, LG 그룹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각도의 논의를 진행하는 구조다.
AI 시대의 산업 경쟁은 기술 개발의 속도와 방향 모두를 요구한다. LG의 이번 사장단 회의는 속도와 방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보여준다. 8시간에 걸친 치열한 논의를 통해 도출된 전략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는지가 LG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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