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스티브 잡스 사후 15년간 애플을 이끌어온 팀 쿡에서 터너스로의 권력 이양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제품 혁신'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왜 지금인가, 교체 타이밍의 의미
팀 쿡은 애플을 시가총액 3500억 달러에서 4조 6000억 달러로 성장시킨 경영 인물이다. 공급망 안정화, 서비스 확대,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기초 위에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AI 시대 도래 앞에서는 '지각생'이라는 낙인을 피하지 못했다.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시리의 차세대 버전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들이 차례로 떠났고,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팀의 인재 유출도 이어졌다.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이 싸늘했던 가운데, 경영진 세대교체도 가시화됐다. 업계는 이번 교체를 단순한 인사가 아닌 '안정화 단계의 마무리'로 본다. 제품 중심의 혁신으로 포지셔닝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01년 애플 입사… 주요제품 하드웨어 주도 터너스(1975년생)는 199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2001년 애플에 입사한 후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 거의 모든 주요 제품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주도해왔다. 애플 자체 설계 칩셋인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 아이폰 17 시리즈 부활, 최근 폴더블 기기 개발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주요 제품이 없다.
2013년 하드웨어 부사장, 2021년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한 터너스는 애플에서 25년 동안 거의 모든 제품의 하드웨어를 총괄했다. '쿡 이후' 세대를 이끌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어온 터너스는 공급망과 재무에 무게를 뒀던 쿡과 달리 제품 설계와 혁신을 중시한다. 업계는 그를 스티브 잡스의 '제품 중심 철학'을 가장 근접하게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한다. 하드웨어를 통해 기술과 인문학을 연결하려던 잡스의 유산을 되살릴 적임자라는 기대가 그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디바이스 생태계, AI 시대의 역전 카드
25억 대 이상의 활성화된 기기 생태계와 압도적인 하드웨어 장악력을 바탕으로 최소 투자, 최대 실익의 전략을 펼쳤다. 구글의 제미나이 협력이 그 사례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대신 기존 기기 사용자를 통해 기술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선회했다는 뜻이다. 즉,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다리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터너스의 첫 메모는 이 전략을 명확히 한다. "이미 개발 중인 놀라운 제품들뿐 아니라 아직 상상하지 못한 제품들도 함께 꿈꾸고 만들어갈 것"이라는 선언은 온디바이스 AI와 하드웨어 혁신의 결합을 의미한다. 아이폰과 애플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기능을 보급하되, 경쟁사보다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것이다.
터너스는 직원 메모에서 "다음 주에는 정말 놀라운 대규모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9월 9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초대장에 붙은 문구 '서프라이즈 앤 샤인(Surprise and Shine)'과 정확히 부합한다. 시장은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울트라'가 이날 공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이폰 울트라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터너스가 직접 개발을 주도한 만큼, 7.8인치 내부 디스플레이와 5.5인치 커버 디스플레이, 액체금속 힌지로 하드웨어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하드웨어 혁신'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출시 첫해 폴더블 아이폰을 1천만 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폴더블 시장 점유율 4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 안경, 카메라 탑재 에어팟, AI 펜던트, 탁상 로봇 등 웨어러블·스마트홈 신제품 라인업도 터너스가 직접 주도할 예정이다. CEO 교체와 함께 '다음 10년'의 승부수를 던지는 셈이다.
변수들이 압박하는 현실
긍정만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하드웨어 중심 철학이 AI 시대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폰 의존도를 띤 '원웨이 전략'이 경쟁사들의 다각화 공세 속에서 이전만큼 유효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최근 애플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263.66달러(현 주가 대비 20% 낮음)로 제시했다. 수율 문제로 예정된 20주년 기념 제품 출시에 차질이 생겼고, 폴더블폰의 2천 달러대 고가로 인한 틈새시장화 우려를 제기했다.
공급망 리스크, 지정학적 변수, 메모리 가격 급등 같은 복합 요인들도 터너스의 출발선을 압박하고 있다. 팀 쿡이 15년간 구축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중국 시장 공략 경험도 단기간에 인수인계되기 어렵다.
잡스의 DNA는 깨어날 것인가
터너스의 과제는 명확하다. AI 시대에 '하드웨어·제품 혁신'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온디바이스 AI와 애플 실리콘의 시너지, 폴더블·웨어러블로 이어지는 새로운 제품 사이클이 정답이 될 수 있다.
9월 9일 이벤트는 시장이 내린 첫 채점표가 될 것이다. 폴더블 아이폰의 완성도, 가격 책정, AI 기능의 체감도가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만약 하드웨어 장악력을 AI 생태계 확장의 지렛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애플은 'AI 지각생'에서 '플랫폼 킹메이커'로 재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쿡 시대 말미의 혁신 부진이 터너스 시대 초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애플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그의 첫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