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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미래에셋, 560조 퇴직연금 판 흔든다

ETF 무기 2분기 증가액 중 21% 삼켜…적립금은 신한이 삼성생명 제쳐

2026-08-05 08:54:18

미래에셋증권 로고. [사진=미래에셋증권]이미지 확대보기
미래에셋증권 로고. [사진=미래에셋증권]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추가 전통의 맹주였던 은행·보험에서 증권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인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시장 재편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중심으로 시장 구도가 재편되면서, 투자 성과와 플랫폼 편의성을 갖춘 미래에셋증권으로의 '연금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신한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금융권 전체 적립금 1위에 올라서며 보험사 중심이던 시장 순위까지 흔들어 놓았다. 미래에셋의 독주와 신한의 등극이 겹치면서 왕좌를 내준 삼성생명과 추격하는 국민·하나은행까지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어서, 하반기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추격 나선 삼성생명…국민·하나은행도 총력전

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전 분기 말보다 45조1천438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한 곳에서만 9조5천799억원(21.2%)이 불어나며 전 금융권 42개 사업자 중 유일하게 10조원에 육박하는 증가 폭을 기록, 증가액 기준 압도적 1위를 지켰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4조3천억원대 증가에 이어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며 상반기 누적 증가액은 약 14조원, 연초 대비 증가율은 3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유형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의 DC형 적립금은 23조8천488억원으로 1분기 대비 27.8% 늘었고, IRP형 적립금도 22조5천418억원으로 24.4% 증가했다. 반면 확정급여(DB)형은 5조6천304억원으로 0.6% 감소해, 증가세가 사실상 가입자 스스로 운용을 결정하는 DC·IRP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말 총 적립금은 52조210억원으로, 신한은행·삼성생명은 물론 KB국민·하나은행 등 상위 4개사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가파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도 순항할 것 같다"며 "투자를 많이 했고, 브랜드 경쟁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질주 배경에는 ETF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앱 기반 ETF 매매와 로보어드바이저(RA)·자산배분형 실적배당 상품 라인업이 자금 쏠림의 핵심 동력이라고 본다. 원리금 보장형에 머물던 연금 자산을 실질 수익률 중심으로 옮기려는 3050 직장인 수요에 더해, 국내 증시 호조도 자금 이동을 뒷받침했다는 설명이다.

국민·하나 3천152억원 차 초접전
미래에셋증권의 공세가 이어지는 사이, 금융권 전체 순위에도 변동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 54조7천391억원을 기록하며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금융권 전체 1위에 올라섰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생명(53조4천763억원)을 앞지른 수치로, 보험사 중심 시장에서 은행이 처음 선두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우위는 2분기 들어 더 벌어졌다. 신한은행의 2분기 말 적립금은 58조8천888억원으로, 삼성생명(57조3천963억원)과의 격차가 1분기 1조2천628억원에서 1조4천925억원으로 커졌다. 1~2분기 연속으로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따돌리며 우위를 굳힌 셈이다.

은행권 내 2위 다툼도 치열했다. 2분기 말 기준 KB국민은행(53조4천813억원)과 하나은행(53조1천661억원)의 격차는 3천152억원까지 좁혀졌다. 두 은행 모두 1분기 대비 각각 4조1천303억원, 3조8천624억원씩 적립금을 늘렸다.

은행권은 전국 영업망과 금융지주 시너지에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가입자 이탈 차단에 힘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파운트투자자문과 손잡고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모바일 앱 '하나원큐'와 카카오톡 기반 포트폴리오 안내 서비스까지 갖추며 비대면·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략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신한 SOL뱅크' 내 AI 연금 PB로 포트폴리오 자동 리밸런싱을 제공하며 자동화 서비스로 방어선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AI '케이봇쌤'과 2025년 8월 오픈한 'AI투자일임서비스'를 앞세우는 한편, IRP 신규 가입 절차를 10단계에서 1단계로 줄이고 컨설팅센터 상담을 강화해 실물이전 고객 붙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1위 자리 내준 삼성생명, IRP 수수료 제로로 승부수

1위 탈환이 시급해진 삼성생명은 파격적인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한은행에 밀려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1일부터 가입 시점·채널·적립금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IRP 계좌의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보험업계 조건 없는 IRP 수수료 전면 면제는 처음으로, 증권사의 전유물이던 마케팅 방식을 보험사가 들여온 것이라는 시각이다.

투자 편의성도 손질했다. 앞서 지난 6월 정기 매수 'ETF 모으기'와 최대 5개 ETF를 동시 거래하는 '일괄매매' 기능을 도입해 증권사 못지않은 거래 환경을 구축했다. 아울러 대표 ETF 15개에 분산 투자하고 분기마다 리밸런싱하는 '삼성생명 ETF 오토마타' 펀드도 함께 선보였다.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IRP 원리금보장형·비보장형 상품 모두 직전 1년 수익률에서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면제와 신상품까지 더해지면서 반격의 밑그림을 갖췄다는 해석이다.

기금형 도입 변수까지 겹친 퇴직연금 지형

시장 재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7월까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세부 설계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기존 계약형 방식과 달리, 자산을 공동 기금으로 모아 전문 운용기관이 일괄 투자하는 구조여서 장기 수익률 제고를 겨냥한 제도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제도 논의는 올해 2월 고용노동부와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에 합의하면서 본격화됐다. 근로자 선택권은 유지하되 확정기여(DC)형에 우선 도입하는 방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전체 적립금은 553조8천7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9% 늘어,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정책 변수의 무게도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금형이 도입될 경우 자산배분 역량과 장기 수익률 관리 능력이 사업자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의 실적배당형 상품 확장, 은행권의 AI 일임 서비스, 삼성생명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모두 결국 실적배당형 자산 확대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금형 제도가 본격화되면 지금의 순위 다툼이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미래에셋 독주냐 전통 강자 반격이냐...하반기 승부처는?

560조원 가까이 커진 퇴직연금 시장에서 원금 보존에만 의존하는 영업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공격적 확장과 신한은행의 사상 첫 1위 등극이 겹치며 전통 강자들의 방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증권사 강세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 은행권 퇴직연금 관계자는 최근의 실적배당형 강세를 두고 "장이 워낙 좋았다. 증권의 공시 적립금은 평가금액 기준인데, 수익률이 꺾이면 그만큼 같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이런 상승장 사이클 다음에는 예금으로 돈이 돌아가는 역머니무브가 오는데, 그때 실적배당형에 낀 거품이 걷히면 증권사가 은행을 역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단기 변동성은 인정하면서 하반기 은행권의 상대적 안정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관계자는 7월 들어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실적배당 비중 높은 증권사들의 적립금 증가 속도가 둔화됐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과 연말 확정급여(DB)형 자금의 원리금 보장형 집행까지 겹쳐, 하반기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시야를 중장기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규 납입액 기준으로는 이미 상당한 DC·IRP 자금이 증권사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지금의 단기 안정세와 별개로, 은행권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수수료 카드로 신한은행의 왕좌를 되찾아올지, 국민·하나은행의 초접전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그리고 실적배당형 강세가 상승장이 꺾인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가 하반기 퇴직연금 시장의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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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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