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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제안한 'SPC', 국제학술지서 '선순환 효과' 입증

이화여대 연구 ... 사회적 기업의 사회성과-경제성과 함께 높여

2026-07-23 1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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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제안한 이 아이디어는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시장 메커니즘으로 보상하면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지속 참여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담았다. 그 구상은 10년을 거쳐 국제학술 무대에서 과학적 입증에 성공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연구팀이 7년간 4000개 가상기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SPC가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와 경제성과를 함께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보스 제안에서 정책 실험까지
최 회장이 제안한 SPC는 한 문장으로 정의된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그 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단순해 보이는 이 아이디어 뒤에는 명확한 철학이 깔려 있다. 최태원은 사회적 가치를 주관적 평가가 아닌 객관적 측정 대상으로 다루고, 그에 대한 보상을 시장의 신호로 작동시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정책 제안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최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SPC 사업을 본격 운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국제 학술 무대에서 그 효과를 입증받으려 한다. 사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Computational and Mathematical Organization Theory'의 2026년 6월호에 게재된 이화여자대학교 김상준 경영학부 교수의 논문이 그것이다.

가상기업 4000개로 시뮬레이션한 '성과 선순환'
김상준 교수 연구팀이 선택한 분석 방법은 독특했다.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에이전트 기반 모델(ABM) 시뮬레이션이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제공한 실제 SPC 데이터가 기초가 되었고, 연구팀은 여기에서 출발해 기업의 선택과 행동까지 모델링했다.

연구 과정은 엄밀했다. 먼저 연구팀은 SPC에 참여한 사회적기업 23곳을 심층 인터뷰했다. 각 기업의 특성과 의사결정 방식을 파악한 뒤, 사회적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회성과와 경제성과가 모두 낮은 초기 조직, 사회성과 중심 조직, 경제성과 중심 조직, 두 성과를 모두 갖춘 혼합 조직이 그것이었다.

그 다음은 대규모 시뮬레이션이었다. 네 가지 유형 각각에 대해 1000개씩, 총 4000개의 가상기업을 구성했다. 이들 가상기업이 7년 동안 의사결정을 반복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을 모형화한 뒤, SPC가 지급되는 상황을 가정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추적했다.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명확했다. SPC를 지급받은 모든 유형의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성과와 경제성과가 함께 증가했다. 기업이 SPC를 받으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동기부터 높아졌다. 동기 상승은 곧 사회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향상된 사회성과는 추가 인센티브 지급을 가져왔고, 확보된 자원은 다시 사회성과와 경제성과 향상에 투입됐다. 사회성과 개선, 보상 증가, 자원 확대, 추가 성과 창출이 순환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효과의 크기였다. 초기 단계 기업, 즉 사회성과와 경제성과가 모두 낮은 기업에서 SPC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기반과 자원이 부족한 초기 사회적기업에 사회성과 기반 보상이 제공될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정책수단에서 제도화까지
김상준 교수는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성과와 경제성과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번 연구는 SPC와 같은 사회성과 기반 보상이 사회적 가치 창출 동기를 강화하고, 사회성과 향상이 다시 경제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 가지 제약이 있긴 했다. 보상의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SPC는 사회적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목적을 유지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연구팀은 도달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이사는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원이 축적한 SPC 데이터가 국제학술지 연구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PC가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와 경제성과를 함께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학술연구를 통해 확인한 만큼, 이번 연구가 향후 SPC 제도화 논의의 중요한 정책적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13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는 이제 국제 학술지의 엄밀한 검증을 거쳤다. 최태원의 구상이 정책 실험을 거쳐 학술적 근거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데이터가 만드는 정책의 미래
한편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축적하거나 지원한 데이터는 현재까지 국내외 학술지와 단행본, 학위논문 등 총 130건의 연구에 활용되었다. 단순한 제도 운영을 넘어 학술 생태계 전체를 돕는 '데이터의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 회장이 처음 제안한 SPC의 가치가 단순히 제도적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의 과학적 검증, 그리고 그것이 만드는 다음 세대 연구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경제 양쪽을 함께 높인다는 최태원의 철학은 정책 영역뿐만 아니라 학술 영역에서도 확산되고 있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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