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통하는 비전의 언어
정의선 회장은 8일 오후 1시30분 젠슨 황 CEO를 양재 사옥으로 초대했다. 지난 7일 을지로 우래옥에서의 오찬 이후 이틀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포옹으로 인사를 나눈 뒤 사옥 곳곳을 함께 둘러봤다.
정 회장이 택한 코스는 현대차의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는 경로였다. 로비에 전시된 수소차 넥쏘의 설명으로 투어가 시작됐다. 포니 등 현대차그룹이 과거에 생산한 차량들을 관람한 뒤, 젠슨 황은 기아 PV5에 직접 탑승해 포즈를 취했다. 역사적 유산과 미래 기술을 체험하는 순간 속에서 두 기업의 공동 목표가 드러났다.
로봇과의 대면, 기술력을 말하다
양재 사옥 투어의 핵심은 로봇 전시 공간이었다.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에게 사옥 내에서 운영 중인 로봇들을 직접 소개했고, 황 CEO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보며 "Hi(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한순간은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가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기술에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양재 사옥은 약 2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차그룹의 AI·로보틱스 테스트베드로 탈바꿈했다. 관수·배송·보안 로봇이 공용 공간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이 이곳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전통적인 '삼소 회동' 대신 양재 사옥으로 젠슨 황을 초대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말보다는 현장에서 기술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강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로봇들이 실제로 움직이며 일하는 모습, 그리고 그 기술이 어떻게 상용화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30억 달러의 파트너십, 이제 구체화되다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이번 회동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발표한 자율주행 분야 협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역량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결합한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인연의 힘, 박민우 대표를 중심으로
젠슨 황과 박민우 현대차그룹 포티투닷 대표 겸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의 재회도 눈길을 끌었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으로, 젠슨 황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SDV와 피지컬 AI 전략을 실무에서 총괄하고 있는 그는 양사 협력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는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 협력과 비전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박 대표는 양사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현대차의 시대"
젠슨 황은 현대차 직원들을 앞에 두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엔비디아는 AI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모빌리티 전문성을 결합해 미래를 바꾸고 있다"며 "로보틱스의 미래도 함께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며 "지금이 바로 현대차의, 여러분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격려사를 넘어선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기술 협력을 넘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실질적인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의선 회장이 양재 사옥에서 보여준 현대차의 피지컬 AI 역량과 젠슨 황의 엔비디아 플랫폼이 만날 때,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신호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