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특히 주목할 점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월부터 회의 테마 구상, 토론 방식, 강사 선정까지 모든 준비를 직접 챙기고, 회의 기간 내내 별도의 사회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주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회의의 성공을 위한 진옥동 회장의 강한 의지와 리더십의 본보기를 보이려는 철저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경영진 전원이 만다라트를 작성한 이유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핵심은 둘째 날에 진행된 한 가지 프로그램이었다. 참석자 전원이 자신만의 만다라트를 직접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만다라트는 무엇인가? 왜 신한금융이 경영진들에게 이 도구를 활용하도록 했을까?
신한금융이 만다라트에 주목한 것은 단순한 새로운 기법의 도입 때문이 아니었다. 회의를 통해 강조하고자 한 '진짜 혁신'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리더가 추상적인 회사 전략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옥동 회장은 이를 위해 경영진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실패와 혁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했고, 시간 제한 없는 끝장토론을 통해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만다라트라는 도구를 배치했다.
만다라트란 무엇인가
만다라트는 1979년 일본의 마쓰무라 야스오 클로버 경영연구소장이 고안한 목표 달성 기법이다. 만다라(Mandala)는 힌두교와 불교에서 비롯된 종교적 도형으로 '원, 중심, 본질'을 의미하며, 여기에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를 결합해 '만다라트(Mandarat)'라고 부르게 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세부 사항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목표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분해되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만다라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일본의 메이저리그 스타 오타니 쇼헤이 때문이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당시 자신의 목표를 만다라트로 정리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였다.
주목할 점은 오타니가 기술적 목표만을 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계획표에는 '인성', '운' 같은 정성적 요소도 포함되었다. 쓰레기를 주우면 운을 줍는다는 생각으로 실천했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갖추려는 노력들을 모두 기록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18세부터 42세까지 매년 이뤄야 할 목표를 담은 장기 계획표를 만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오타니가 이 계획표를 실제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오타니의 만다라트가 공개된 이후, 계획표 안에 담긴 목표들 대부분을 현실로 이루어낸 그의 성실함은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만다라트라는 기법이 기업과 개인의 자기계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도록 촉발한 것도 오타니의 성공 때문이었다.
신한금융에 적용된 만다라트의 의미
신한금융그룹이 경영진들에게 만다라트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여러 의도를 담고 있었다.
첫째, 각 리더가 추상적인 회사 비전을 자신의 영역 내에서 구체화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었다. AI·디지털 대전환(AX, DX),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경영 과제들은 누구나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조직에서, 자신의 리더십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목표와 실행계획으로 풀어져야 하는지는 각 경영진이 직접 고민해야 한다. 만다라트를 작성하는 과정은 바로 그 고민을 강제하는 도구였다.
둘째, 기술적 목표만이 아닌 조직의 문화와 가치까지 포함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오타니가 야구 실력 외에 인성과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했던 것처럼, 신한의 경영진들도 단순한 성과 목표를 넘어 자신의 리더십이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했다.
셋째, 계획이 아닌 실행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만다라트는 작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오타니가 입증한 것처럼,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고 달성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신한금융이 경영진 전원에게 만다라트를 작성하게 한 것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책임 있는 실행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진옥동 회장의 강조: 주체적 사고와 책임의식
진옥동 회장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리더들의 주체적 사고와 책임 의식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기업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는 필수 전제하에, 기업의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다.
그는 경영진들에게 "혁신의 불씨가 되어 신한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각자의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상기시키는 메시지였다. 만다라트를 작성하는 과정은 바로 그 책임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보여주기식 혁신에서 진짜 혁신으로
첫째 날, 참석자들은 사전에 제출한 '나만의 가짜 혁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직접 경험한 실패 사례들을 공개적으로 나누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셋째 날에는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여하는 '우리 회사, 진짜 혁신하기'라는 주제로 시간 제한 없는 끝장토론이 펼쳐졌다.
이 과정 속에서 만다라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추상적인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 리더가 자신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을 추진하고, 어떻게 그것을 실행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하게 해준 것이다. 진옥동 회장이 강조한 '보여주기식 가짜 혁신을 탈피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자'는 말이 공허하지 않게 만든 구체적인 도구였던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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