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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2018년 합의에서 2026년 판결까지 - LG 경영권을 둘러싼 8년의 시간

2조원 유산과 유언장의 진실 - LG家 상속소송 3년의 기록

2026-02-13 17: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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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경영권 정통성 인정" 법원, 구광모 회장 손 들다
2026년 2월 12일 아침,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한 법정에서 한국 재계를 흔들었던 분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민사합의11부 재판장 구광현 부장판사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약 2조 원 규모의 유산을 놓고 벌어진 LG 가문의 상속 분쟁이 3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판결은 단순한 상속 재산 분배를 결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LG그룹이 1947년 설립 이후 약 80년간 지켜온 '장자 승계 원칙'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다퉈진 사건으로, 대기업 경영권 승계와 재산 분배의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로 구광모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지분 41.72%)가 법적으로 확인되면서, LG그룹의 경영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한 시대의 마무리, 그리고 갑작스러운 승계
2018년 5월 20일은 LG그룹 역사의 한 장이 내려지는 날이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향년 73세의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것이다. 2017년 봄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 약 1년간의 투병을 견딘 끝이었다. 1995년 회장 취임 이후 23년간 '정도 경영'의 기치 아래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켰던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퇴장이었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 일선을 완전히 떠난 것은 더 이르다. 뇌종양 진단 직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회장으로서의 경영 의사결정 권한은 실질적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후계자 선정이라는 시급한 과제에 직면했다. 별세 이틀 전인 5월 18일, LG그룹은 구광모 당시 상무를 후계자로 공식 선언했다. 당시 구광모는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지 14년이 지난 상태였고, 2006년 입사 후 12년간 그룹 내 다양한 직무를 거쳤지만 여전히 상무 직급에 머물러 있었다.
2018년 6월 29일, 만 40세의 구광모는 LG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측근들에게 두 가지 당부를 남겼다. "당분간 회장보다는 대표로 불러달라"는 겸손함과 "구 전 회장님의 집무실은 추모공간으로 보존해 달라"는 배려였다.

2조 원의 유산, 어떻게 나눌 것인가
구본무 회장이 남긴 유산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LG 주식 11.28% 지분을 포함해 총 2조 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 최대 규모 재벌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2018년 5월 20일의 별세 이후 약 5개월간 15차례에 걸친 가족 협의를 거쳐, 11월 1일 상속인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서명했다.

합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구광모 회장이 ㈜LG 주식 11.28% 중 8.76%(지분 가치 약 7,200억 원)를 상속받아 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2.01%(약 3,300억 원), 여동생 구연수씨는 0.51%(약 830억 원)의 지분을 나눠 받았다. 모친인 김영식 여사는 ㈜LG 지분을 상속받지 않았지만,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 구본무 회장의 개인 재산 5,000억 원 규모를 상속받았다.

이 합의는 한 가문의 세대 교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평온한 결과로 보였다. 경영권을 구광모 회장이 승계하고, 여동생들과 모친이 개인 재산을 나누는 구도는 LG의 오랜 가족경영 전통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누구도 이것이 8년 후 대법정에서 다퉈질 분쟁의 시작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의혹의 시작, 2022년의 재확인
평온해 보이던 상속 협의의 이면에는 조용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8년 11월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서명한 지 4년이 지난 2022년, 세 모녀—구본무 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딸들 구연경, 구연수—가 당시 합의 서류를 다시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2018년의 상속 협의 당시 자신들이 전제했던 조건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에게 모든 경영 재산을 승계하겠다는 법적 효력을 가진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합의 과정에서 자신들은 구본무 회장이 남긴 정식 유언장이 있을 것으로 믿고, 구광모가 경영권 지분을 양보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형식적인 유언장이 아닌, 구본무 회장의 의향을 담은 메모나 서면인 '유지(遺志)' 형태의 표현만 있었던 것이다.

이는 중대한 발견이었다. 만약 당시 자신들이 유언장의 부재를 알았다면, 합의 내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착오와 기망을 당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2월, 세 모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맞선 두 개의 진실
원고 측이 법정에서 제시한 주장은 명확했다. 자신들은 유언장이 존재한다는 착각 아래 합의에 동의했으며, 이러한 착오는 피고 측의 의도적인 기망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2018년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무효여야 하고, 민법상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재산을 다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상속 비율은 배우자가 1.5분의 1, 자녀가 각 1분의 1인데, 이렇게 되면 구광모 회장이 받은 지분의 상당 부분을 다시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더 법적인 관점에서 원고 측은 제척기간 문제도 강조했다. 민법 제999조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원고 측은 2022년에야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함으로써, 2018년 11월부터 계산하면 이미 3년이 지났다는 피고의 주장에 맞섰다.

이에 대해 구광모 회장 측의 반박도 강력했다. 피고 측은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가족 협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각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표현했으며, 실제로 원고 측의 요청에 따라 협의서 내용이 변경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합의 초안에는 구광모 회장이 모든 지분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김영식 여사의 요청에 따라 두 딸에게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변경된 것이 그 증거라는 입장이었다.

더욱 중요하게는 구광모 측이 구본무 회장의 명확한 의향을 강조했다. 당시 재무관리팀장이었던 하범종 LG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다음 회장은 구광모가 되어야 하며, 경영 재산은 모두 구광모에게 승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유언장의 형식을 갖추지 않았지만, 구본무 회장의 명백한 뜻이 담긴 '유지'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결정, 세 가지 쟁점의 판단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법적 성립 요건과 관련된 제척기간 문제를 검토했다. 법원은 "원고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2022년 무렵 이전에 상속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를 따라 실제 침해 사실의 인식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제척기간이 아직 도과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형식적으로 상속이 완료된 지 오래되었더라도, 피해자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제척기간을 기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다음으로 법원은 구본무 회장의 '유지 메모' 존재 여부를 검토했다. 재무관리팀 직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증거를 검토한 결과, 법원은 "재무관리팀 직원들의 증언에 비추어보면 유지 메모가 존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구본무 회장이 공식적인 법적 형식의 유언장은 남기지 않았지만, 자신의 명확한 의향을 기록한 메모나 서면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는 세 모녀의 주장—"유언장이 없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부재가 '착오'나 '기망'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판단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자체의 유효성에 관한 것이었다. 법원은 명확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작성됐다." 법원의 논리는 이랬다. 원고들이 비록 유언장의 법적 유무에 대해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의 작성 과정에서는 원고들이 상속재산 분할 내용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받았고, 원고 측의 요청에 따라 협의서 내용이 실제로 변경되었으며, 각자의 개별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누겠다는 구체적인 의사 표시가 있었다. 따라서 유언장의 존재 여부가 협의서의 유효성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설령 그들이 속했다 하더라도, 협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명확한 판결이었다.

판결의 의미, 경영권 정통성의 확립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재판장 구광현 부장판사의 선고는 구광모 회장의 완전한 승리를 의미했다. 법원이 2018년의 상속 협의와 그에 따른 지분 배분을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구광모 회장의 LG그룹 최대주주 지위와 회장직의 정통성을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구광모 회장 본인의 직접 지분은 15.96%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인으로 간주되는 지분까지 포함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41.72%에 달한다. 이는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이러한 지분 구조가 법적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법정에서 벌어졌던 지분 재분배 시나리오는 힘을 잃게 됐다.

이 판결의 경제적 의미도 크다. 법원이 구광모 회장의 지분 보유와 최대주주 지위를 합법적이라고 확인함으로써, LG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만약 세 모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분 재분배가 이루어졌다면, 최대주주 지위 자체가 변동될 수 있었고, 이는 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전히 남겨진 질문들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법적 투쟁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원고 측이 항소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1심 판결의 설득력이 매우 강하다고 평가한다. 법원이 상속 협의 과정의 투명성과 원고들의 의사 표시 명확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 관계의 붕괴다. 법정에서의 승패를 떠나,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 그리고 구광모 회장 간의 신뢰 관계는 이미 깨져 있다. 한 가족의 연대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현실은 그 자체로 애석한 일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가 언급했듯이,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친자였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구광모가 양자라는 점에서, 대리인과 혈연자 간의 신뢰 관계의 중요성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 사건은 또한 대기업 상속의 복잡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LG그룹은 1947년 설립 이후 약 80년 동안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오며, 친인척 간의 대규모 경영권 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 전통이 처음으로 깨진 것이 바로 이 사건이었다. 이는 단순한 재산 분쟁을 넘어, 가족 관계의 변화, 그리고 세대 교체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법적 선례의 확립
2026년 2월 12일의 판결은 단순히 법정 다툼의 승패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대기업 가문 내에서 경영권 승계와 재산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이 명확히 한 원칙은 이렇다: 형식적인 유언장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의향이 명확하다면 그것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으며, 상속 협의 과정이 투명했다면 그 결과는 유효하다. 동시에 후대인들은 이러한 과정에 충분히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전제했다.

8년의 긴 법정 투쟁을 거쳐, 사법부는 대기업 가문의 상속 문제에 한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정통성이 법적으로 확인되었고, 그룹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됐다. 이제 그 원칙이 다음 세대, 그리고 그 이후의 경영 승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의 경험이 말해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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