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와 달리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를 '가격 개선'에서 '물량 확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진단하며, 후공정 중심의 선별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은 각각 15.8%, 11.5%를 기록했다(1월 6일 기준). 작년 4분기부터 누적하면 65.6%, 108.9%에 달한다. 두 종목이 코스피 4,500포인트대 달성을 주도한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소부장 기업들의 성적표는 다르다. 작년 초 이후 대형 반도체가 200% 이상 상승한 반면, 전공정 반도체는 94~122%, 후공정은 101~155%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의 89% 상승을 고려하면 중립에 가까운 성과다.
과거 소부장 종목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 격차는 단순한 종목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 회복 성격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생산량(Q) 증가보다 가격(P) 개선이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대형주는 재고 조정과 가격 상승으로 이익 가시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소부장은 가격만으로는 실적과 주가를 주도하기 어렵다"며 "실제 물량 증가를 확인할 때 이익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출하량과 물량 수출은 여전히 주춤한 상태다. 메모리 가격 반등과 단가 개선으로 대형주 실적은 개선됐지만, 출하량과 가동률 개선이 제한적이어서 소부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세 가지 국면으로 본 반도체 사이클
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을 세 국면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R1(Regime 1) 국면은 가격이 업황 회복을 주도하는 단계다. 메모리 가격 반등 기대가 형성되면서 대형 반도체 이익 가시성이 개선되지만, 출하량과 가동률 개선은 제한적이다. 이 시기에는 대형 반도체 중심 투자가 합리적이다.
R2(Regime 2) 국면은 가격에 더해 소부장 이익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단계다. 일부 소부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도 바닥을 통과하기 시작하지만 물량 가속은 제한적이다. 후공정처럼 대형 반도체 투자와 제품 믹스 변화에 민감한 영역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난다.
R3(Regime 3) 국면은 가격, 이익, 물량이 모두 동시에 개선되는 확산 국면이다. 출하량 증가와 가동률 상승이 동반되면서 전공정까지 포함한 폭넓은 종목에서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소부장 전반의 주가가 동반 상승한다.
현재는 R2 초입, 후공정 선별 투자 시점
노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면을 "R1을 벗어나 R2로 진입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 소부장 종목 중 EPS가 개선되고 있는 비중이 최근 71%까지 상승해 이익 확산이 본격화되는 단계지만, R3 수준의 가속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공정별로 보면 후공정 12개월 선행 EPS 평균은 이미 바닥을 통과해 회복 경로에 들어섰지만, 전공정은 여전히 평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투자가 HBM 등 고부가 영역에 집중되고 범용 공정을 포함한 생산량 확대는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에피소드 분석 결과, R2 국면 진입 후 6개월간 후공정의 평균 수익률은 22.3%, 승률은 61%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반면 전공정은 평균 수익률 6.7%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종목 간 편차도 컸다.
투자 전략: 대형주 베타 + 후공정 알파
노 애널리스트는 "기본 포지션은 여전히 대형 반도체 중심으로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소부장 중에서는 이익 상향 기반의 후공정을 선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공정 전반으로의 확산이나 소부장 전체에 대한 베팅은 R3 국면 확인 전까지 다소 이르다"며 "올해 20%대 비트 성장(Bit Growth) 기대가 있지만, 현재 전공정 주가 상승은 R3 선반영 베팅 또는 선제적 포지셔닝 시도"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메모리 기업 가이던스와 AI 서버 수요 전망을 통해 고부가 중심 비트 증가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제 가속화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비트 성장 가속화가 확인될 때 비로소 전공정을 포함한 소부장 전반으로의 투자 확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2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민감도를 보인 종목으로는 한미반도체, 피에스케이홀딩스, 파크시스템스, 이수페타시스, 이오테크닉스 등이 있다. 다만 이는 과거 데이터 기반 백테스트 결과로, 실제 투자 판단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섹터 애널리스트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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