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임 회장을 포함한 4명의 후보 면접을 진행한 끝에 그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확정되면, 임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우리금융을 이끌게 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4대 금융 회장 중 세 번째 연임 성공 사례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뒤에 가려진 구조적 문제와 미완의 과제들을 감안하면, 임 회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금융그룹 회장으로 최초 국정감사 출석 불명예
임 회장의 3년 임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취임 5개월 만인 2023년 8월,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는 예상치 못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금융당국의 집중 포화 속에서 금융그룹 회장으로는 최초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임 회장은 자회사 임원 인사권 포기 등 권한 축소를 약속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재정비와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주의 청산에 공을 들이며 조직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전임자의 적폐를 치우는 데 소중한 시간을 쏟아야 했던 셈이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한국포스증권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한 것은 그의 로드맵에 따른 행보였다.
이강행 임추위원장은 임 회장 추천 이유로 "증권업 진출과 보험사 인수에 성공해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증권과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갖췄으니 말이다.
주가 부양의 이면, 지속가능성 의문
임추위는 임 회장의 성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가총액을 2배 이상 확대했고, 보통주 자본비율을 13% 가까이 끌어올려 재무 안정성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지분율과 주가가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80조원 프로젝트, 실적으로 증명해야
임 회장은 지난 9월 총 80조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경쟁사들보다 먼저 발표하며 정부 금융정책 기조에 화답했다. 생산적·포용금융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가시적 실적 성장을 끌어내야 하는 이중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제시했지만, 이것이 단순한 대출 물량 늘리기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임 회장의 가장 큰 숙제다.
이강행 임추위원장은 "지난 2개월 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임 회장을 추천했다"며 "재임 3년간의 성과가 높이 평가받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이 제시한 비전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었으며, 내외부 신망이 두텁다는 점도 추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임 회장의 1기는 조직 안정화와 외형 확장에 집중한 시기였다. 전임자의 적폐를 치우고, 증권과 보험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갖추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우리은행 의존도 90%라는 기형적 수익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인수한 증권과 보험사를 어떻게 수익원으로 키워낼 것인가. 주주환원과 미래 투자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 80조원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질적 성과로 만들어낼 것인가.
임종룡 회장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또 다른 3년의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이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 3년이 그 해답을 보여줄 것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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