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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포트폴리오에도 딱 맞는 퍼즐"…미국 금융주가 뜨는 이유

신한투자증권, 장단기금리차 확대·비전통 대출 급증·자본시장 호황 꼽아

2025-12-30 09:09:09

"어떤 포트폴리오에도 딱 맞는 퍼즐"…미국 금융주가 뜨는 이유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융주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말 가치주 강세 속에서도 금융주는 차별화된 실적 모멘텀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30일 발간한 글로벌 주식전략 보고서에서 "금융주는 어느 포트폴리오에 조합해도 잘 들어맞는다"며 "가치주 내에서도 차별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어 기술주와 함께 담아도 어색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연말 나타난 가치주 강세는 4월부터 10월까지 기술주 일변도로 전개됐던 시장의 반작용이라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진단이다.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 순환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주 기간조정이 마무리되면 가치주의 쓰임새는 다시 제한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주는 다르다. 52주 신고가에 도달한 다수의 가치주 성격 업종 중에서도 차별화된 실적을 내고 있다. 금융 섹터의 순이익률은 3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여러 거시경제적 요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장단기금리차 확대가 만든 기회
금융주 강세의 첫 번째 배경은 기간 프리미엄의 확대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미국 국채 장단기금리차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단기금리로 조달해 장기대출을 시행하는 은행들에게 이는 직접적인 이익 확대 요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금융주의 12개월 선행 순이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금리차 확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출 증가율 반등도 금융주 실적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범주의 대출, 즉 상업과 산업, 부동산, 소비자 대출 증가세는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대신 사모대출을 수행하는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과 증권담보 대출 등 기타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호황은 증권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투자은행 영역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회사채 발행은 2023년 대비 60% 증가했다. 역사적으로 낮은 신용 스프레드와 AI 영역에서 발생하는 투자수요를 감안하면, 발행시장 호황이 급격하게 되돌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확대는 브로커리지 강세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부실대출 정리 완료로 순수익 향유 가능

장기간 이어진 부채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부실대출 증가가 있었고,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은 금리차 확대나 자본시장 호황 같은 상승 요인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보고서는 최근 부실채권 비율이 구조조정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연체율과 상각대출 비율 모두 정상 수준을 회복하면서, 은행들이 온전히 수익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적 모멘텀 종목 선호 환경에 최적화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스타일 순환매가 전개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실적 모멘텀이 양호한 종목들은 일관적인 알파를 보여주고 있다"며 "IT를 제외하면 금융주의 실적은 군계일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투기주들의 주가 모멘텀이 크게 꺾인 가운데 향후 수급은 기관투자가들의 수급에 의해 주도될 공산이 크다"며 "이는 금융주가 선호받기 편한 환경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이 0보다 큰 기업들 중 3개월 EPS 상승률이 높은 실적 모멘텀 상위 종목들이 S&P 500 대비 일관되게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 20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실적 모멘텀 상위 5% 종목 바스켓은 S&P 500 대비 3배 이상의 상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1년 2월 투기주 주가 모멘텀이 꺾인 이후 금융주가 강세를 보였던 경험을 상기시켰다. 당시 투기주 정점 이후 12개월간 금융주는 4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투기주는 60% 이상 하락했다. 2025년 10월 이후에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기주들의 모멘텀이 꺾이면서 자금이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금융주가 그 수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금융주는 매력적이다. 금융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2배 수준으로, S&P 500의 22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과거 수년간 이 격차는 유지되어 왔지만,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추가 상승 여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AI에 의해 자본시장 호황이 유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주는 어떤 포트폴리오, 특히 기술주와 조합되어도 어색하지 않다"며 "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금융주는 현재 어디에 조합되어도 나쁘지 않은 조각"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주 중심 포트폴리오에 분산 투자 차원에서 담을 수도 있고, 가치주 중심 포트폴리오에서는 실적 모멘텀이 가장 강한 섹터로 비중을 높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26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융주가 만능 퍼즐 조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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