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1,170만주(18.05%)에 대해 주당 8만1,000원의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9,47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분 매각 이후에도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50.06%로 과반 이상을 유지해 지배력에는 변함이 없다.
3분기 말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2,171억원이었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확보한 자금을 더하면 가용 현금은 총 2조1,648억원에 달한다. 언론이 제시한 SK실트론 기업가치 상단인 5조원을 가정하더라도, SK실트론 인수가의 상단은 약 2조3천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이미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셈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주형 연구원은 "금일 공시를 통해 두산의 유상증자 내지는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됐다"며 "SK실트론 인수 및 자금 조달과 관련된 급락은 두산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두산전자BG는 기존 투자 계획에 따라 내년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하이엔드 CCL(동박적층판) 생산 역량 확대가 예상된다. 이번 인수 건과 무관하게 시장과 소통된 타임라인에 따라 설비 증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4분기에는 서버 ODM 업체들의 GB200/GB300 랙서버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연중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아키텍처에서도 과반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두산전자의 밸류에이션은 낮은 수준이다. 23일 종가 기준 2026년 예상 EV/EBITDA는 12.3배로, 대만 동종 업체 평균 20.2배 대비 현저히 낮다. 경쟁사 대비 앞선 기술력과 높은 이익률을 고려하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두산이 인수를 추진 중인 SK실트론은 올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연초 이후 매출액은 1조4,969억원, 영업이익률은 9%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전방 시장 부진이 상반기까지 지속된 영향으로, 공급량은 늘었지만 출하량은 정체되며 3분기 300mm 웨이퍼 부문에서 평균판매가격(ASP)이 크게 하락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사이클 고점이었던 2022년 연간 9,578억원의 EBITDA를 기록했다. 이후 2024년까지 2년간 연평균 6,577억원의 EBITDA를 기록했다. 만약 지분가치와 순부채를 합산한 5조원에 SK실트론을 인수한다면, 이는 2023~2024년 평균 EBITDA의 7.6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웨이퍼 업체인 SUMCO, Global Wafers, Siltronic 평균 EV/EBITDA 7.9배와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금번 인수 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SK실트론의 수익성이 과거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면 최소 3조원 이상의 두산 영업가치 확대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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