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Investment

고려아연 11조 美투자 이면에 '최대 34.5% 지분 헌납' 논란

롤러코스터 탄 주가에 투자자 ‘골탕’ … 경영권 분쟁 재점화

2025-12-18 09:31:14

고려아연 11조 美투자 이면에 '최대 34.5% 지분 헌납' 논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고려아연의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 투자 발표 이후 주가가 사흘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 정부에 과도한 지분을 넘겨주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익 투자'가 아닌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만들기'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발표 후 사흘, 주가 17% 급락
18일 오전 9시 14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7%(6만6000원) 하락한 131만9000원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 발표 직전인 지난 15일 159만2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사흘 만에 27만3000원(17.1%) 급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투자 발표 당일인 15일,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에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4.87% 상승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큰 승리"라며 환영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호재가 이어졌다.

하지만 16일 경영권 분쟁 상대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주가는 11.62% 폭락했고, 17일에는 1.09% 소폭 반등에 그쳤으며, 18일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워런트로 최대 34.5% 지분 미국에 넘겨"

17일 금융감독원과 제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전날 금감원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관련 공시가 미흡하다며 정정 공시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영풍 측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투자 조건의 '과도함'이다.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맺은 대출 계약에서 테네시 제련소 운영법인이 전쟁부를 상대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발행했는데, 단돈 1센트(약 14원)에 최대 14.5%의 사업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테네시 제련소의 기업 가치가 15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르면 추가로 지분 20%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최대 34.5%의 지분이 미국 측에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련소 사업회사는 합작법인에 각종 인허가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매년 최대 1억달러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이러한 조건들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여 살펴보고 있다"며 "최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측은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도 밝혔다.

고려아연 "통상적 수준, 오히려 유리한 구조"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출자·지원금 수준과 비교하면 워런트 규모는 합리적인 수준이며 이는 미국 정부가 다른 핵심광물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할 때도 요청하는 조건"이라며 "비슷한 거래에서 통상적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MP머티리얼스의 경우도 미국 전쟁부에서 4억달러를 투자받으면서 최대 15%의 지분을 넘겨주는 옵션 계약을 맺은 사례가 있다.

'추가 지분 20% 취득권'과 관련해서는 "기업가치가 22조원일 때 정상 가격으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약정으로, 투자금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이 경우 회사에 4조4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수익 실현이 빨라지면서 지배력이 유지돼 유리한 구조"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충분한 법률 자문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세부 거래조건 중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라 필요 시점에 추가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재점화, 금감원 조사 착수

금융감독원은 영풍의 민원을 받아들여 고려아연의 공시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접수돼 고려아연의 공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은 이번 미국 투자 건을 계기로 다시 격화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이번 투자 결정이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 만들기 차원에서 이뤄져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구조로 짜였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투자 결정을 폄훼하고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발표 사흘 만에 주가가 17% 급락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11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이 되면서, 향후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리스트바로가기

Pension Economy

epic-Who

epic-Company

epic-Money

epic-Life

epic-Highlight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