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차·삼남, 총 1조1,000억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5%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15%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총 지분 20%에 대한 거래 매매 대금은 약 1조 1,000억원 규모다.
이번 거래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5조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김동원 사장은 약 2,750억원, 김동선 부사장은 약 8,250억원을 현금화하게 됐다. 특히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아워홈 지분과 리조트 '파라스파라'를 인수한 데 이어 '휘닉스중앙' 인수도 추진 중이어서 추가 사업 확장에 이번 매각 자금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단일 최대주주(22.16%)로,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회사다. 이번 지분 매각 전까지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해왔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50%,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 지분 50% 그대로 유지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한화에너지의 지분 구조는 크게 재편된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분 50%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절대적 최대주주 지위를 명확히 한 반면, 김동원 사장은 20%, 김동선 부사장은 10%로 각각 5%, 15%씩 지분이 줄어든다. 대신 FI 컨소시엄이 약 20%를 새로 확보하게 된다.
장남이 지분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오너 3세 간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김동관 체제의 기반이 굳어진 신호로 읽고 있다. 한화 측은 이 점에 대해 "그룹 차원의 지배력이나 경영권 구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향후 한화그룹의 경영 중심축이 장남을 중심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그룹은 차남과 삼남이 매각 대금을 증여세 등 세금 납부와 신규 사업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데 따른 결과다. 그룹 회장이 지분을 증여하면서 발생한 상당한 세금 부담을 매각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매각 자금은 차남과 삼남의 사업 영역 확장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동선 부사장의 경우 갤러리아와 리조트, 호텔 등 여가 및 라이프스타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인 만큼, 확보한 자금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단순한 세금 납부나 신사업 투자를 넘어선 더 깊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바로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준비하는 '프리 IPO'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을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주관사 선정 후 상장까지는 1-2년 정도 소요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추정하는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규모다. 이번에 지분 20%가 1조 1,000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기업공개 시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 FI의 유입은 한화에너지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FI가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사회 참여를 통한 감시·견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장 전 필수적인 거버넌스 개선 과정으로, 공개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다.
계열분리 가능성 높아져, 형제 간 사업 독립화?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오너 3형제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키우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차남과 삼남이 각자의 자금 여력을 확보함에 따라, 그룹에서 분리된 독립적인 사업 영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거래 이후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여력이 생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 계열사들은 여전히 ㈜한화 산하에 있지만, 향후 구조 개편을 통해 차남과 삼남의 독립적인 사업 중심축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화그룹의 오너 체제가 '김동관 중심'으로 정리되면서, 동시에 형제 간 사업 영역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성장한 한화에너지, 상장 준비 탄력
한화에너지는 2000년대 후반 여수와 군장 열병합발전소로 출범한 이후,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특히 2013년부터는 태양광 발전 사업에 본격 진출해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발전소 개발·운영·매각 성과를 쌓으며 국제 태양광 개발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전력 리테일, 에너지저장장치(ESS), LNG 복합화력발전,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에는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인수에도 참여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넘어 소재, 자동화 분야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임팩트 지분은 52.07%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과 사업 다각화가 이번 FI 유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외부 투자자들이 한화에너지의 글로벌 사업 경험과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 그리고 한화그룹 내 투자 네트워크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화에너지는 외부 FI를 주요 주주로 포함하면서 보다 투명한 거버넌스 하에 상장 길을 닦을 준비를 갖춘 셈이다.
승계 정리의 연장선, 오너 3세 시대 본격화
이번 지분 매각은 지난 4월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에 이은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회장이 지분을 증여해 오너십 이전의 틀을 완성한 데 이어, 이번 거래를 통해 구체적인 경영 체계를 정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한화그룹은 이를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마련"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김동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 체제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앞으로 한화그룹은 오너 3세인 김동관의 경영 중심축 아래에서, 차남과 삼남은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규모 재벌 그룹이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경영 다원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구조적 준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화그룹의 오너 3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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