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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720억달러에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인수 제안..."콘텐츠 제국 야심"

시장점유율 30% 돌파 예상, 미승인시 58억달러 위약금 부담

2025-12-08 09:56:07

넷플릭스, 720억달러에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인수 제안..."콘텐츠 제국 야심"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글로벌 스트리밍 1위 사업자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 강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핵심 자산을 720억달러(약 102조원) 규모로 인수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며 미디어 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WBD의 스튜디오(TV/영화) 부문과 HBO, HBO Max 등 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양사 이사회는 이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의 강점에 더해 해리포터,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 등 역사 깊은 프랜차이즈를 확보하게 된다.
케이블은 분리, 스튜디오와 스트리밍만 인수

이번 거래의 특징은 WBD의 전체가 아닌 선별적 인수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CNN, TBS, TNT 등 WBD의 케이블 네트워크 자산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당 케이블 부문은 '디스커버리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2026년 3분기까지 별도 법인으로 분사될 예정이다.

인수 대금은 WBD 주당 27.75달러로 책정됐으며, 케이블 부문을 포함한 WBD의 기업가치는 총 827억달러로 평가됐다. 지분 가치만 따지면 720억달러다. 현재 WBD의 시가총액이 약 646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제안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거래를 위해 단기 자금 융통을 추진 중이며, 대금 일부는 자사 주식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현재 넷플릭스가 보유한 순현금은 약 77.5억달러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포츠 중계권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고가의 중계권(NBA 등)은 피하면서, WWE 프로레슬링과 유럽 중심의 스포츠 자산을 확보하는 실리적 선택을 했다. WBD가 보유한 유로스포츠를 통한 올림픽 중계권(2032년까지),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영국 내 중계권 등이 넷플릭스로 넘어올 예정이다.

반독점 심사라는 높은 장벽
하지만 이번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반독점 규제 심사다. 스트리밍 시장 1위 사업자가 경쟁자를 흡수하는 구조인 만큼, 규제 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불가피하다.

핵심 쟁점은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2023년 미국 법무부가 발표한 개정 지침에 따르면, 합병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으면 경쟁사 간 직접 합병은 일단 불법으로 간주되고 기업이 이를 반박해야 한다. 현재 넷플릭스와 HBO Max를 합치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35%를 차지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수년간 자신들의 경쟁자가 디즈니+뿐만 아니라 유튜브, 틱톡, 포트나이트(게임), 케이블 TV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사용자의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는 논리다. 이렇게 시장을 넓게 정의하면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최근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액티비전 블리자드 사례에서 법원이 넓은 시장 정의를 인정한 판례는 넷플릭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딜은 수평적 결합뿐 아니라 콘텐츠 생산부터 배급까지 장악하는 수직적 결합 측면도 있어 판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이런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다. 거래가 무산되거나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58억달러(약 8조 2천억원)의 위약금을 WBD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거래 종결 시점은 2026년 3분기에서 2027년 상반기 사이로 예상된다.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소비자들은 시장 경쟁이 제한되면 넷플릭스 구독료가 인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수 완료 시 넷플릭스는 기존 3억 명의 가입자에 HBO의 1억 2,800만 명을 더하게 된다.

할리우드 생태계의 반발도 거세다. 코로나19 이후 대량 감원, 제작 감소, AI 도입 논란 등으로 이미 예민해진 업계에 또 다른 충격을 주는 셈이다. 미국 작가 조합은 이 합병이 반드시 차단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극장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초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가 영화관 관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라고 발언한 전력이 있어 신뢰도가 높지 않다.

정치권의 견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스 채널이 분리되긴 했으나, 거대 미디어 기업 탄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주가는 인수 발표 직후 프리마켓에서 하락했다가 백악관이 회의적 입장을 드러낸 후 소폭 회복하기도 했다.

미디어 산업 재편의 분기점

신한투자증권 심지현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의 이번 인수 제안은 막대한 지적 재산권을 얻게 될 대담한 움직임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규제 문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인수 완료 후에도 레버리지가 크게 높아질 우려와 완전히 다른 두 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번 빅딜은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 시대에 독자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아니면 주요 IP들이 결국 플랫폼 기업에 인수되거나 경쟁력을 잃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며 "단순한 자산 전략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미디어 산업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 게임' 같은 자체 히트작에 해리포터,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프렌즈 등 전설적인 프랜차이즈를 더한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의 성패가 향후 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 다른 빅테크와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미디어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지, 아니면 규제의 벽에 가로막힐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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