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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⑥] 기금형 퇴직연금, 전문 운용의 3대 핵심 원리

2025-11-19 13:25:36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지난 5편에서 우리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낮은 효율성과 '선택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권한'을 실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필요성을 논했다. 이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통해 운용 효율성이 입증됐다.
이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낮은 수익률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한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은 왜 현행 2% 내외의 낮은 수익률 보다 높은 노후 보장에 필수적인 목표 수익률(예: 7% 내외)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밖에 없으며, '선택의 함정'으로부터 가입자들을 어떻게 해방시킬 수 있는가? 그 해답은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세 가지 핵심 원리에 있다.

개인은 접근할 수 없는 '투자의 최전선'

행복퇴직연금기금 운용위원회는 최근 심사를 통해 20년 만기의 연 7% 수익률을 보장하는 국책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은 2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투자할 수 없고, 투자 규모도 작아서 협상조차 불가능하지만, 행복퇴직연금기금은 대규모 자산을 집행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연 7%라는 수익률을 사실상 국가가 보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매우 안전하다는 장점까지 확보했다. 기금형은 이처럼 개인 투자자는 꿈도 꿀 수 없는 초장기 필요 수익 실현 자산에 접근하여 위험 대비 최적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 원리금보장의 늪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를 실현하라.

현재의 계약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금융 지식 부족과 손실 회피 심리로 원리금보장 상품을 선택한다. 이는 단기 투자 심리가 노후를 위한 장기 자금의 운용을 지배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하지만 기금형 체제에서는 개인이 직접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 운용 조직(기금)이 운용 결정을 내린다. 기금은 전문가 집단이기에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20~30년간 운용되는 초장기적인 시계(視界)에 맞춰 가장 유리한 자산 배분 전략을 실행한다.
이러한 장기 투자 철학은 유동성 관리의 효율성을 동반한다. 개인은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를 대비하여 언제든 사용가능한 예금 중심의 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기금은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의 흐름만 잘 관리하면 언제든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에 매우 적은 비중의 유동성 자산만 보유해도 된다. 이처럼 효율적인 유동성 관리를 통해 기금은 최대한의 자산을 장기적으로 투입하여,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기존 제도 대비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은 필요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둘째, 규모의 경제다. 비용 절감과 투자의 최전선 접근이라는 두 개의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금형은 여러 사람의 자금을 집합하여 대규모로 운용한다. 이 '규모의 경제'는 안정적으로 필요 수익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무기가 된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할 경우, 상품제공기관에 지급하는 운용 수수료율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니다. 현재 개인별로 분산된 퇴직연금 자산에 부과되는 높은 운용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인데, 기금형은 이 수수료를 최소화하여 가입자의 실질 수익률을 즉각적으로 높여준다.

더 나아가, 기금은 소규모 자금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투자, 인프라 투자, 사모(私募) 펀드 등 위험 대비 효율성이 뛰어나고 현행 계약형 구조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다양한 대체 투자 자산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 등 선진국의 대형 연기금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핵심 비결이며, 기금형 퇴직연금은 이러한 대형 연기금의 운용 노하우와 철학을 그대로 가져와 운용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선택의 함정'으로부터 본질적인 해방이다.

결론적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은 복잡한 금융 지식의 부족으로 근로자를 괴롭히던 '선택의 함정'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가입자는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려운 수많은 상품 목록을 뒤적거리며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신, 가입자는 '어떤 전문 기금에 내 노후 자금을 맡길 것인가?라는 훨씬 본질적이고 단순한 '전문가 선택의 권한'만을 행사하면 된다. 기금을 선택하는 순간, 자산 운용에 대한 모든 책임과 의무는 기금 전문가들에게 완전히 위임된다. 그리고 그 전문가는 수탁자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이미 입증된 기금형의 성공, 이제 제도적 완성도를 높일 때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노후 안전망 강화를 목표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이 도입되어 전문가 위임 운용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 운용 철학, 규모의 경제, 운용권한의 전환의 비결이 결합되어 노후에 필요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음을 이미 증명했다.

다만, 이 성공적인 모델은 3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만 누릴 수 있는 조치에 국한되어 있다. 이 강력한 안정적 수익 달성 메커니즘을 모든 근로자가 보편적으로 누리도록 확장하는 것은 지금 당장 법률개정을 통해 규제완화가 필요한 사항이다. 더불어, 현행 퇴직연금 제도가 안고 있는 잦은 이직으로 인한 퇴직금 조각화 문제와 장수 리스크를 헤지할 연금 지급기능의 부재는 추가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이제 우리의 논의는 성공적으로 입증된 기금형의 안정적 수익 달성 메커니즘을 전 국민적인 제도로 확장하고, 남아있는 구조적 결함을 해소하는 제도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기금형이 모든 근로자의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누가 이 기금을 조성하고 운영하며, 오직 가입자의 장기적인 이익만을 위해 운용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즉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을 부담할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할 때다.

우리는 다음 7편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제도적 완성'을 논의하는 첫 단계로, 이 강력한 전문가 위임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기금 조성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진정한 수탁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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