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Ceo

[심층분석] KT 새 수장 '박윤영'의 미션은?

30년 KT맨 … 보안·소비자 신뢰·조직 안정화 급선무

2025-12-17 15:29:18

[심층분석] KT 새 수장 '박윤영'의 미션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16일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구현모 전 대표 이후 다시 내부 출신 수장 체제로 돌아가는 결정이다. 박 후보는 내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60% 이상 찬성을 받으면 정식 대표로 취임하게 된다. 외부 인사였던 현재 김영섭 대표에 이어 내부 출신 경영자를 택한 것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와 무단 소액결제 논란으로 불거진 신뢰 위기 속에서 경영 안정성을 우선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후보와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최종 3명을 대상으로 약 6시간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에서 후보자들은 직무수행계획서를 바탕으로 약 20분간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위원들의 질의에 응했다. 위원회는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 및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제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마련 등 네 가지 기준을 중점적으로 평가했고, 이러한 평가 결과 박 후보를 단독 추천했다.
30년 KT 경력…'내부 사정 통달 강점

박윤영 후보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한 이래 줄곧 KT에서만 근무해온 정통 'KT맨'이다. 유선전화망 구축과 데이터통신 초창기부터 현장 경험을 쌓은 박 후보는 인터넷 서비스 개발과 미래사업 발굴을 거쳐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전무),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등의 직책을 거쳤다. 이어 2017년부터 기업사업부문장(사장)을 맡으면서 경력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박 후보는 5G,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적용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 국가 재난망 수주로 성과를 냈고, 2019년에는 5G B2B 전략을 통해 기업 고객 기반을 확대했다. 5G 스마트팩토리 솔루션과 IDC 사업을 키워 매출 성장을 이끌었으며, 클라우드와 AI 기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비통신 매출 비중 확대에 기여했다. 이로써 KT의 B2B 사업 기반을 견고히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KT 내부에서도 박 후보는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KT 관계자는 "경력 30년을 넘으면서 내부 조직 사정을 누구보다 정통하고 별도의 인수인계 과정 없어도 곧장 실무를 볼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KT 직원들 역시 최종 후보 결정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킹 사태로 바닥에 떨어진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잘 다독이고 수습할 최적임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위기 극복 첫 번째 과제 …'신뢰 회복'

박 후보에게 주어진 가장 긴급한 미션은 9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로 훼손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무단 소액결제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이중 위기를 야기했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정보보호 조직에 의한 사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KT는 1,600만여 고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신용카드 정보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 사태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한 김영섭 현 대표의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제는 단순한 보안 사건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야기했다. 박 후보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국가 통신망의 관리·보안 체계 문제를 원점에서 뜯어고쳐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박 후보는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질적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의 김용헌 의장은 "박 후보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정보보안 투자와 거버넌스 혁신
신뢰 회복의 연장선상에서 대대적인 정보보안 투자도 불가피한 과제다. 국가 기간통신사로서 통신망 운영에 책임을 지는 KT는 단순한 기술적 보안 강화를 넘어 조직 차원의 거버넌스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정보보호 부서에서 벌어진 사고 은폐 논란을 고려하면, 투명한 보고 체계와 독립적 감시 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네트워크 고도화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LTE와 3G 주파수 재할당 방침을 확정하면서 5G SA(독립형) 투자를 의무 조건으로 내걸었다. KT는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일부 단말과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SA를 시작했으나, 정부가 모든 5G 무선국을 5G 코어 장비와 연동할 것을 주문한 만큼 효율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통신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영역이다.

미래 성장 동력 재확보 … AI와 B2B 전략

또 다른 중대한 과제는 최근 수개월간 사실상 '일시정지'된 AI 등 미래 전략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5년간 2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서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는 사실은 KT의 AI 사업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박 후보의 B2B 전문성은 이 지점에서 핵심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 고객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이 바로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열쇠다. 박 후보는 지난 몇 년간 5G 스마트팩토리, 원격 제어 솔루션, AI 기반 데이터 분석 등을 추진하며 B2B 시장에서의 KT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러한 경험은 AI 시대 KT의 새로운 성장 경로를 개척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확대된 계열사 관리와 그룹 경영

박 후보 앞에는 또 다른 도전과제도 기다리고 있다. KT 그룹은 클라우드(KT 클라우드), 부동산(KT에스테이트), 금융(BC카드) 등 8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차기 대표가 하야 할 일은 단기간 내에 이들 계열사의 사업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통솔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박 후보가) KT 재직 시절 신사업을 도맡은 이력이 이번 면접에서 주효했다"고 설명했으며, 이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그 자신의 강점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KT 그룹 전반에 걸쳐 AI 전환(AX)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의 통신사업을 넘어 혁신적 경영 능력을 요구한다. 클라우드 사업의 고도화,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효율화, 금융사업의 성장 등 각 계열사별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동시에 회사 전체의 통합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조직 문화 쇄신과 지배구조 개선

해킹 사태로 드러난 조직 신뢰의 문제는 단순히 보안 이슈를 넘어 기업 문화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한다. 정보보호 부서에서 벌어진 사고 은폐 의혹은 조직 내 투명성 부재와 책임 회피 문화의 존재를 시사한다. 박 후보는 내년 3월 정식 취임과 동시에 속도감 있는 전략 추진이 가능하도록 인사와 그룹 조직 구조의 '새판짜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KT의 오랜 숙제인 정치적 외풍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2002년 민영화된 이후 KT는 여러 차례 CEO 교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 논란을 겪어왔다. 업계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KT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중립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조 확립, 사외이사·주주·정부·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구축, 내부 조직 안정화 등이 박 후보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3번 도전 끝 얻은 기회 … 시장 기대감

박 후보가 최종 후보 자리를 얻기까지의 여정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19년 구현모 전 대표 선출 당시 마지막까지 경합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2020년과 2023년의 대표이사 공모 과정에서도 숏리스트에 포함되었으나 최종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3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차기 대표 후보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박 후보의 역량이 일관되게 인정되어왔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이번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KT 이사회가 박 후보를 선택한 배경에는 현재 회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도 반영되어 있다. 신뢰 위기, 조직 내 분열, 미래 사업의 지연 등 다중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시에 박 후보의 B2B 경험은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3월 주주총회와 그 이후

박윤영 후보는 내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비로소 공식적인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추천 인사의 주주총회 승인은 형식적 통과가 상례이므로, 이변이 없는 한 박 후보의 취임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정식 취임 이전 3개월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박 후보는 이미 인수인계 준비 과정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킹 사태와 관련된 자료 검토, 정부 관계 기관과의 소통, 주요 고객사와의 면담 등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앞에는 명확한 미션이 주어져 있다. 신뢰 회복, 조직 안정화, 미래 사업 추진의 삼각형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간 KT를 알아온 '정통 KT맨'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를 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이 통신업계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KT의 변신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리스트바로가기

Pension Economy

epic-Who

epic-Company

epic-Money

epic-Life

epic-Highlight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