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14년 이후 애플이 10년 넘게 경험하지 못한 변동성으로 평가된다. 당시 삼성은 대화면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선도했고, 애플은 아이폰 6 출시로 대응했던 역사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폴더블폰이 견인한 성장
삼성의 이번 성과는 무엇보다 폴더블폰의 성공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7은 역대 갤럭시Z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사전예약 주문량을 기록했다. 갤럭시Z플립7과 합산한 수치의 경우에도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고 이동통신사를 통한 예약은 60% 증가했다.
특히 Z폴드7은 내구성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다. 한 사용자가 라이브스트림에서 Z폴드7을 20만번 넘게 연속해서 접는 실험을 했고, 이 영상의 어떤 버전은 유튜브에서 1500만회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초기 폴더블폰의 내구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라인업
삼성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포트폴리오다. 삼성 스마트폰은 650달러부터 시작해 2400달러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넓게 퍼져있는 반면, 아이폰 가격대는 829~1599달러 사이다. 카날리스 애널리스트는 "삼성 스마트폰은 다양한 가격대에서 모든 소비자들을 노릴 수 있는 구성"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 저가 폰들은 삼성의 2분기 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보탬이 됐다. 이는 중저가 시장에서도 삼성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의 성장에는 외부 환경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카날리스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2분기 내내 재고를 선제 확보하고 출하 물량을 크게 늘렸다"며 "주력 제품은 갤럭시 A 시리즈로, 가격 대비 성능이 미국 소비자에게 어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스프라우트 소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Z폴드7을 비롯해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소셜미디어에서 5만번 넘게 언급됐으며, 이 가운데 83%가 긍정적이거나 적어도 중립적이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선호도 개선을 보여주는 지표다.
애플도 삼성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삼성 갤럭시 에지에 대항할 더 얇은 아이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더 중요한 것은 폴더블 시장 진입이다. 애플은 2026년부터 아이폰 라인업 출시 시기를 분산하고, 첫 폴더블 아이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폴더블폰 시장은 축소될 전망이나, 2026년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들은 폴더블폰 시장이 2026년 30% 이상 성장하고 2027년과 2028년에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하면 시장 개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에게도 경쟁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14년 데자뷰, 그러나 다른 결말?
2014년 당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대화면을 선호하기 시작했지만, 애플은 소비자 요구를 외면한 채 아이폰 5S 모델까지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 유사하다.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에서 삼성이 선도하고 있고, 애플은 뒤늦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애플의 폴더블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고, 애플은 화면 주름 문제를 극복하고 더 얇고 가벼운 제품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기술적 완성도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은 단순히 숫자의 변화를 넘어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한다.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삼성과, 2026년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애플 간의 경쟁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드폰 출시를 예고한 상황에서, 폴더블 기술의 차세대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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