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4대그룹 총수들이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한미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24~26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은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국내 핵심 산업 분야의 최고 경영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직접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총수들의 이번 동행은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민관 합동' 역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워싱턴으로 날아가 정부 협상단을 측면 지원하며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관세 협상 데드라인을 하루 앞둔 7월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맞아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직접 시연했다. 이는 협상 타결의 핵심 카드가 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당초 이탈리아 '구글 캠프' 참석 예정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향해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2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협상 지원에 기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 그룹별 투자 확대 계획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테슬라, 애플과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바탕으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미 미국 전역에 구축한 배터리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한 조지아에서 현대차와, 오하이오에서 혼다와 각각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1,500억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교두보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구축 등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실무를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각종 정부 행사에서 배제됐던 한경협이 재계 내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재계 리더들이 미국 인맥을 총동원해 의회, 미국 재계 등과 접촉하며 민관 총력 체제로 한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바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유사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4대그룹 총수들의 동반 방미는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 강화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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