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3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산 5조원 미만 상위 30대 중견그룹 348개 계열사의 총 매출 82조2,933억원 중 18.3%에 해당하는 15조22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중견그룹 매출의 거의 5분의 1이 계열사 간 거래라는 뜻이다.
넥센그룹 매출 절반이 내부거래
그룹별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넥센그룹이 52.1%로 가장 높았다. 넥센그룹은 작년 총 매출 2조7,226억원 중 1조4,178억원을 계열사 간 거래로 올렸다. 이는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부 고객이 아닌 계열사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뒤를 이어 패션기업 F&F가 40.4%(7,048억원), 자동차 부품 전문 PHC그룹이 30.2%(8,997억원)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SPC그룹과 오뚜기그룹도 각각 29.3%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무림 28.4%, 이지홀딩스 28.3%, 풍산 27.1%, 에스디바이오센서 25.1%, 고려제강 20.3%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주목할 점은 특수관계인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의 뚜렷한 상관관계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내부거래 평균 비중은 22.3%로, 그렇지 않은 기업의 평균 14.0%보다 8.3%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소유 구조가 불투명하고 특정 인물이나 가족의 지배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특정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기업 중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는 곳도 27곳에 달했다. SPC그룹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오뚜기가 3곳, 한일홀딩스와 오리온이 각각 2곳씩 포함됐다.
극단적인 사례도 발견됐다. 현대그룹과 동화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로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네트워크(매출 15억원)와 그린글로벌코리아(매출 24억원)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외부 고객 없이 계열사 거래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 전문가들은 "내부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의 독립적 경영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특히 특수관계인 지분율과의 높은 상관관계는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견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함께 내부거래 관련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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