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차녀 최민정씨 [출처=최민정씨 링크드인]](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2210265208606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해군 시절의 아픈 경험이 사명감으로
최씨의 창업 의지는 10년 전 대한민국 해군 복무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2014년 9월 재벌가의 딸로는 처음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2015년 청해부대 소속으로 충무공이순신함을 타고 6개월간 소말리아 아덴만 지역에서 전투 정보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 복무 중 일부 동료가 정신 건강 문제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정신적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강한 사명감을 심어주었다.

SK하이닉스 퇴사 후 창업 결단
최씨는 군에서 제대한 후 SK하이닉스에서 근무했지만, 2022년 휴직 중이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 '인테그럴 헬스'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예일대 의학박사 출신 전문가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공동 설립하며 심리 건강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인테그럽 헬스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고 효과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표방한다. 특히 환자 의료정보와 AI 케어 코디네이션 에이전트 '나이팅게일(Nightingale)'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개입과 치료 연계, 진료 과정 추적 등을 수행하는 '행동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씨가 인테그럴 헬스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문제는 소득 계층 간 의료 격차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중독·우울 등 행동 건강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상담 전공의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동네의원 등 1차 기관에서도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창업 목적이다.
창업에 앞서서도 최씨는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 서비스 질 향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인테그럴 헬스 창업 전에는 비영리단체 '스마트(SMART)'에서 저소득 가정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봉사를 했으며, ADHD 치료 전문업체인 원격의료 스타트업 '던(Done.)'에서 경영 전략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인테그럴 헬스는 올해 초 사업 거점을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북부인 뉴욕 브루클린으로 옮기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독립 개원의 네트워크인 '카톨릭 메디컬 파트너스(CMP)'와 버펄로에 본사를 둔 비영리 건강보험회사 '인디펜던트 헬스(Independent Health)'를 기업 고객으로 확보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들과 함께 저소득층 대상 협력 행동 건강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회사는 뉴욕 버펄로 엘름우드 애비뉴에 지사도 설립하고, 대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투자 기관인 '43노스(43North)', 비영리 창업자 지원 네트워크 '엔데버(Endeavor)' 등과 협력해 투자자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방목형' 교육의 결과
최씨의 창업은 아버지 최태원 회장의 자녀 교육 철학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자신의 자녀 교육법이 '방목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을 키울 때 방목형이며, 자신의 가슴이 이끄는 대로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 자녀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장녀 윤정씨만 SK그룹에서 근무하고 있을 뿐, 차녀 민정씨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장남 인근씨는 SK E&S를 퇴사한 후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중시
현재 인테그럴 헬스는 뉴욕 브루클린과 버펄로 엘름우드 애비뉴에 직원 3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앞으로 직원 수를 더 늘릴 예정이다. 최씨는 "여기까지 오는 데 긴 여정이 걸렸다"며 "나는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래서 우리가 이 지역사회 사람들과 훨씬 더 잘 소통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중국계 미국인인 케빈 리우 황씨와 결혼해 현재 뉴욕에서 거주 중이다. 그의 남편은 현재 중동 카타르에 있는 미국 중부 특수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해군 장교로 자원입대한 재벌 3세에서 미국에서 소셜 벤처를 운영하는 기업가로 변신한 최민정씨의 행보는 새로운 형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그의 창업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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