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매각 티저레터를 발송하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BNK·DGB 등 지방금융지주,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등 페이 사업자들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롯데카드 지분 20%를 공동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의 지분 59.83%와 우리은행 지분 20%를 합친 총 79.8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보유 지분 정리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인수 대상에서 공식적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사실상 인수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각가 하향 조정, 그러나 여전한 과제들
MBK파트너스는 2022년 첫 매각 시도 당시 3조원 가량의 매각 희망가를 제시했으나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면서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는 매각가를 2조원 중반대까지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도 JP모건에서 UBS로 변경하며 현실적인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카드를 둘러싼 악재들이 매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62.7% 급감했다.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같은 기간 2.08%에서 0.31%로 굴러 떨어졌다. 홈플러스 파산과 관련해 793억원의 부실이 발생한 것도 부담 요소다.
특히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탓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7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했고, 조달금리도 3.4%에서 3.9%로 상승했다.
하나금융,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를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9년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카드 점유율은 약 16%로 확대되며 KB국민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하나금융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검토는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빅테크의 새로운 도전, 네이버·카카오도 관심
네이버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종합금융플랫폼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역량을 더하고 쿠팡과 경쟁 중인 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라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신용카드업 라이센스'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직접 카드상품을 기획·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돼 실물 카드 등 소비자 금융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다만 네이버 관계자는 "롯데카드 티저레터를 수령한 건 맞다"면서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 측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매각 성사 위한 핵심 변수들
롯데카드 매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여러 가지다. 우선 MBK파트너스와 롯데쇼핑 간의 주주계약에 따라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롯데쇼핑의 경쟁사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 결제 비중이 약 50%에 육박하는 만큼, 경쟁사로의 매각은 고객 정보 유출과 프로모션 수단 상실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쇼핑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매각한 후에도 2대주주로 남아있을 권한을 갖고 있어, 매각 상대방에 따라 태그얼롱(동반매도참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베트남 사업의 성장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롯데카드는 최근 베트남 자회사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에 390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하는 등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1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베트남 법인은 향후 지급보증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 인수 후보들에게는 매력적인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드업계 지형 변화의 전환점
롯데카드 회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867만명으로 업계 5위 정도에 해당한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내 카드업계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하나금융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신한·삼성 양강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빅3'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카드산업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수익 다각화와 소비자 금융 부분에서 연계 효과를 보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 IB 관계자는 "티저레터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 기관이 내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현재 카드사 영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매각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이르면 다음달 초중순 예비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2019년 약 1조3810억원에 인수한 롯데카드가 과연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주인이 누가 될지에 카드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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