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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주)LS 회계장부까지 들여다본다

지분 3% 돌파, 경영진 상대 법적행동도 가능 ... 한진칼 분쟁과 맞물려 촉각

2025-05-27 16:00:3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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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며 양 그룹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3% 미만이었던 호반의 LS 지분이 4월 말 기준 3%를 넘어서면서, 상법상 주주총회 소집권과 회계장부 열람권 등 핵심적인 주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지분 확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투자 차원을 넘어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재계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공격적 주주 행동주의(Activist Shareholding)' 사례로 평가되며, 향후 기업 간 분쟁 해결 방식에도 새로운 전례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장부 열람 통해 영업기밀까지 접근 가능

상법 제366조와 542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주주총회 안건 제안권, 회계장부 열람권, 이사·감사·청산인 해임 청구권 등 강력한 견제 수단을 갖게 된다.

특히 회계장부 열람권은 회사 내부의 민감한 자료나 영업기밀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어, 기업이나 경영진을 상대로 한 법적 행동의 사전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재무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 자회사와의 거래 내역, 주요 투자안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법무계 관계자는 "3% 지분 확보는 5% 공시 의무를 피하면서도 경영진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최적의 지분율"이라며 "특히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확보한 정보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LS그룹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간 갈등이 모회사 분쟁으로 비화

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의 LS 지분 매입 배경으로 양 그룹 자회사 간의 복잡한 법적 분쟁을 주목하고 있다. 호반그룹 자회사인 대한전선과 LS그룹 자회사인 LS전선 간의 갈등이 모회사 차원의 대립으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는 수년간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여왔다. 특히 전력케이블 및 해저케이블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법정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LS전선이 2019년 제기한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 침해 항소심에서 대한전선이 지난 3월 패소한 것은 이러한 갈등의 최신 사례다.

주목할 점은 이 항소심 선고 직전 호반그룹의 LS 지분 보유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계획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호반그룹 측은 법적 패소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모회사인 LS그룹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기술 유출 의혹 사건이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관련 기술 유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특허 분쟁을 넘어 산업기밀 탈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양 그룹 간 갈등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기술은 국가 기간산업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로, 이를 둘러싼 분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양 그룹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의 복합적 연관성

호반과 LS 간 긴장감을 높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는 한진칼을 둘러싼 복잡한 경영권 분쟁 구조가 꼽힌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호반그룹은 최근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며 18.46%까지 확대했다. 조원태 회장 등 최대주주 측(20.13%)과의 지분율 격차가 1.67%포인트로 좁혀지면서,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S그룹은 한진칼 최대주주 측과 손을 잡는 전략을 선택했다. LS가 한진그룹과 자사주 동맹을 맺은 것은 호반그룹의 양면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한진칼에서는 호반그룹의 경영권 도전을 막고, LS에서는 호반그룹의 압박을 견제하려는 '일석이조' 전략인 셈이다.

특히 한진그룹과의 자사주 동맹은 매우 정교한 구조로 설계됐다. LS는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는데, 교환사채 대상은 ㈜LS 보유 자사주 38만7365주(지분율 1.2%)다. 대한항공은 5년 내에 LS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는 필요시 우호적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재계 전문가는 "한진칼과 LS를 둘러싼 이번 동맹은 호반그룹의 공격적 지분 확대에 대한 체계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자사주를 활용한 방어 전략은 경영권 분쟁에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LS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구자은 LS그룹 회장. /LS그룹 제공


LS의 다각적 방어 전선 구축

LS는 호반 측의 지분 매입이 알려진 후 신속하고 체계적인 방어 전선 구축에 나섰다. 한진그룹과의 자사주 동맹에 이어 지난 3월 말에는 LIG그룹과도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호반그룹의 압박에 대한 종합적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LIG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양 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전력인프라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명문화했다. 이는 단순한 방어적 동맹을 넘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LS는 내부적으로도 지배구조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임원진 개편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 투명한 경영을 어필하고 있다. 이는 호반그룹이 제기할 수 있는 지배구조 관련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LS의 견고한 지배구조는 호반 측의 당장 위협을 제한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과 특수관계인 40여명이 LS 지분 32.12%를 보유하고 있어, 호반이 당장 LS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 지분만으로도 충분히 경영진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고, 특히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확보한 정보는 향후 협상에서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전선 특허 소송 패소 직전 지분보유 공개

재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자본시장법의 5% 룰(지분 5% 이상 보유 시 공시 의무)을 피하면서도 LS그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지분율을 3%대로 끌어올리고 이를 외부에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호반그룹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LS그룹 경영진에 대한 전략적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회사 간의 법적 분쟁을 배경으로 한 이번 지분 확보는 향후 양 그룹 간 협상에서 호반그룹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호반그룹의 '타이밍 전략'이다. 대한전선의 특허 소송 패소 직전 지분 확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우연이 아닌 계산된 행보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LS그룹에게 "자회사 분쟁이 모회사 차원의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LS 측은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극적 대응이 오히려 호반그룹에게 추가적인 압박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내 재계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외국계 펀드가 주도했던 공격적 주주 행동이 이제는 국내 대기업 간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확보한 주주권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양 그룹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회계장부 열람권을 통해 확보한 정보가 향후 법적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분쟁의 향배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양 그룹이 선택할 협상 전략에 달려있다. 호반그룹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지, 아니면 LS그룹이 선제적 해결책을 제시할지가 향후 전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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